LG칼텍스정유 회사측은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과 공장 점거로 대형 사고가 우려되는데다 하루 6백50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일은 파업의 장기화.

석유제품 및 나프타 공급 차질로 빚어질 수 있는 '에너지 대란' 등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공장 폭발 위험까지

노조는 18일 밤 11시 현재 여수공장 공정별 조종실(컨트롤룸) 29개 가운데 6개를 장악했으며 단계적으로 공장 가동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정유시설은 공장 가동을 무리하게 중단할 경우 폭발 등의 위험이 있다"며 이들의 공장 점거를 크게 우려했다.

회사측은 노조의 파업 결의 이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공장가동률을 80%로 낮춘 상태이며 노조원들의 파업에 대비해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대체인력 투입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조종실을 장악함에 따라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못한 채 상황 변화만 예의주시하고 있다.

◆ 장기화땐 에너지 대란 우려

LG칼텍스정유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하루 5백억원대의 직접 손실뿐 아니라 유ㆍ무형의 간접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LG칼텍스정유의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은 하루 평균 53만9천배럴.

이 가운데 동력기관의 연료인 휘발유 항공유 등유 경유는 23만7천배럴로 전국(82만4천배럴) 사용량의 28.8%를 차지하고 있다.

유화제품 기초 원료인 나프타도 전국 소비량의 20%, 여수산업단지 소비량의 40%에 해당하는 14만1천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측은 현재 하루 평균 65만배럴의 원유를 가공해 배럴당 35달러(4만2천원)에 판매하고 있으므로 전면 파업으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액은 하루 2백6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LG정유 공급 나프타를 원료로 연간 22조원 어치의 유화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회사들도 나프타 공급이 중단될 경우 매일 2백41억원의 매출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아시아 석유시장의 유화제품 가격이 배럴당 평균 5달러 정도 폭등할 가능성이 있어 국가 전체적으로 1백32억원의 경제적 부담이 추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정유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 승용차와 항공기 선박 등은 물론 화력발전소, 군용 유류 등의 수급도 차질을 빚어 경제적 타격은 물론 수송 대란에 따른 극심한 사회적 혼란도 초래될 수 있다.

◆ 필수공익사업장 파업 논란

LG정유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 공장점거 자체가 불법이다.

필수공익사업장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공장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본 근무자들의 파업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노사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고 노사 양측은 그 중재 결정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LG정유 노조는 19일부터 발효되는 직권중재 회부 직전에 공장 점거에 나서면서 직권중재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킨 셈이다.

김병일ㆍ정태웅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