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주5일 근무제와 웰빙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산함 대신 여유를,비싸고 고급스러운 것보다는 실속을 즐기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빡빡한 여행 일정에 쫓겨다니는 '발품족'이 줄고 대신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휴양족'이 늘고 있는 것.

이들은 휴가 때만큼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쉬겠다는 부류로, 최근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되는 추세다.

인터넷쇼핑몰 직원인 김주희씨(23)는 "이번 휴가는 태국 푸켓에서 일주일간 온천욕과 해변산책 등을 하며 보낼 계획"이라며 "친구들 대부분이 이런 식의 집중휴식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남녀불문하고 초면인 사람들과 휴가를 함께 즐기려는 이른바 '묻지마족'도 증가하고 있다.

친구나 동료들과 휴가일정을 맞추는 대신 인터넷 여행동호회를 통해 동행자를 구하는 방식이다.

자유분방함과 끼리끼리 문화, 경제적 이유가 복합된 형태다.

휴가철인 최근 한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에는 여행파트너를 찾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30~40대 독신 남녀들 사이에 인기다.

이와 함께 TV 인기 드라마 촬영지나 과거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사막이나 오지 등을 찾는 '마니아족'도 부쩍 늘었다.

모 방송국 인기 드라마 현장인 인도네시아 발리행 항공권의 경우 이미 지난 6월에 바닥이 났다.

경기 침체로 여행거리가 짧아지는 것도 최근 특징이다.

유럽이나 미국보다 동남아 중국 등 가까운 곳을,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국자 수는 4백23만7천여명으로 작년 동기 3백20만6천여명에 비해 32.2%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으로 가는 출국자 수가 작년보다 60.9%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태국과 필리핀 등이 각각 42.5%, 40.9% 늘어 그 뒤를 이었다.

법무부는 작년 사스로 위축됐던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출국자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롯데관광 이순남 과장은 "불황 때문에 저렴하게 여행을 즐기려는 '알뜰족'이 늘어 동남아지역 예약률이 예년에 비해 20∼30% 늘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