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 혼합물인 공기에는 수증기도 포함돼 있다.

수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으면 후텁지근해 불쾌감을 느낀다.

기분만 나빠지는 게 아니다.

수증기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실내 공간의 수증기는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먼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샤워할 때다.

더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욕실 거울이 뿌옇게 되는데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 작은 물방울로 바뀐 것이다.

요리를 할 때나 집 안에서 옷을 말릴 때도 수증기가 나온다.

인체도 수분을 발산한다.

일이나 운동 강도에 따라 발산되는 수분량은 다르다.

이런 요인으로 독일에선 4인 가족이 생활하는 가정에 하루 7ℓ 이상의 수증기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환기를 적절히 해주면 수증기는 밖으로 빠져나간다.

문제는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환기가 잘 안되는 실내에서 일어난다.

수증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벽체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한때 건물 외벽은 호흡을 하기 때문에 실내에 수증기가 생겨도 건강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가설이 있었다.

실험 결과 벽체로는 미량의 수증기만 빠져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증기가 벽체에 스며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짧은 시간 동안에는 감지되지 않는다.

수증기가 벽체에 누적되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바로 벽에 피는 곰팡이다.

눈에 보이는 곰팡이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벽에 곰팡이가 피었다면 벽체 속에는 더 많은 곰팡이가 있다고 생각해도 틀린 게 아닌다.

곰팡이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한 것은 독일 의학계에서도 최근의 일이다.

기관지 계통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곰팡이가 지목된 것이다.

벽체 속에 곰팡이가 생기는 것은 벽체로 스며든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 결로(結露)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로 요인을 줄이면 곰팡이 피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단열을 제대로 하면 벽체 결로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어떤 재질로,얼마의 두께로,어떻게 단열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리모델링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