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여름…중국 스케치] (12ㆍ끝) 중국方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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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국 스케치 여행을 마칠 때가 된 것 같다.
중국인들 혹은 현지 한국인들과 가졌던 다양한 면담들도 오늘로 기록을 마친다.
상하이와 베이징 칭다오 세 군데 거점과 주변을 둘러본데 불과했지만 모두가 오늘의 중국을 특징적으로 드러내는 곳들이다.
칭다오는 제3국 수출거점으로, 상하이는 중국 내수용 기지로 각광받았다지만 지금은 도시들조차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었다.
선전 같은 초기 개방도시들과 상하이에서 장강을 타고 거슬러 들어가는 내륙지대, 그리고 한낱 정치구호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서부대개발의 사막지대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룬다.
주마간산이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굵은 윤곽은 더욱 잘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적지 않은 난점을 갖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면적 또한 광대하다는 점만이 관측자의 인식 장애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시간대가 병존하고 있고 발전 단계가 다른 지역들이 경쟁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을 통합적으로, 다시 말해 통계수치가 가르쳐주는 대로 인식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거대한 퍼즐로 보였다.
중소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빨아들이고야 마는 파괴적인 힘이면서 동시에 여기에 편승하지 않고는 당장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모순 덩어리이기도 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꿈을 이루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사업가들이 마지막 희망까지 빼앗기고 마는 곳이 중국이었다.
그것은 소규모 사업가들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전체의 고민이기도 했다.
처음 참여정부가 내건 깃발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였다.
그것이 여러차례의 교정 과정을 거쳐 지금은 '그냥 동북아'로 되고 말았다.
'중심은 오직 중화(中華)'라는 중국측의 강력한 어필이 있었다고도 하고 미국 일본 같은 해양국가들의 클레임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해설도 있었다.
결국 앞뒤 단어들이 모두 잘려나간 채 지금은 '그냥 동북아'가 되고 말았듯이 한국의 중국 방략(方略)도 마찬가지 처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여기 와봤자 판판이 실패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와 함께 "그래도 이곳에 와야 한다"는 간절한 권유도 적지 않았다.
"한국서 실패한 자는 중국서도 실패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꼭 신문에 써달라는 것은 만나는 기업인들의 공통된 당부였다.
귀를 때리는 한마디는 칭다오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아저씨의 말이었다.
예순을 훌쩍 뛰어넘어 객지에서 한국식당을 열고 있는 이 아저씨는 기자에게 "준비의 실패는 실패의 준비"라고 말했다.
오가는 기업인들과, 성공과 실패의 외줄을 타는 중소상인들과, 접대받는 관리들과, 기자 같은 뜨내기 손님들을 모두 공평하게 접대해야 하는 '금수강산'의 이 아저씨는 중국 투자에서 실패해 대륙을 떠돌고 있는 허다한 사업가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잠언처럼 불쑥 이 말을 던졌다.
실패를 준비할 뿐이었던 기업가들은 아마 지금도 베이징 한국대사관의 조환복 공사 책상 위로 요란한 구원의 전화벨을 울리고 있을 것이고 칭다오 박환선 경제담당 영사의 메모패드에도 빼곡히 전화메모를 꽂아 놓을 것이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늦었을 때라는 것도 언제나 뒤늦게 깨닫는 사실이다.
한국의 중국시장 진출은 기업 단위에서건 국가 단위에서건 그다지 전략적이지 않은 것도 분명했다.
한국은 올 들어 대(對)중국 투자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라면 진출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탈출에 가깝다.
"나가야 한다"(기회다) "아니다"(위기다)는 팽팽한 주장만 난무할 뿐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무엇만은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국가 방략은 부재다.
마치 실패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
중국인들 혹은 현지 한국인들과 가졌던 다양한 면담들도 오늘로 기록을 마친다.
상하이와 베이징 칭다오 세 군데 거점과 주변을 둘러본데 불과했지만 모두가 오늘의 중국을 특징적으로 드러내는 곳들이다.
칭다오는 제3국 수출거점으로, 상하이는 중국 내수용 기지로 각광받았다지만 지금은 도시들조차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었다.
선전 같은 초기 개방도시들과 상하이에서 장강을 타고 거슬러 들어가는 내륙지대, 그리고 한낱 정치구호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서부대개발의 사막지대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룬다.
주마간산이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굵은 윤곽은 더욱 잘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적지 않은 난점을 갖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면적 또한 광대하다는 점만이 관측자의 인식 장애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시간대가 병존하고 있고 발전 단계가 다른 지역들이 경쟁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을 통합적으로, 다시 말해 통계수치가 가르쳐주는 대로 인식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거대한 퍼즐로 보였다.
중소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빨아들이고야 마는 파괴적인 힘이면서 동시에 여기에 편승하지 않고는 당장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모순 덩어리이기도 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꿈을 이루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사업가들이 마지막 희망까지 빼앗기고 마는 곳이 중국이었다.
그것은 소규모 사업가들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전체의 고민이기도 했다.
처음 참여정부가 내건 깃발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였다.
그것이 여러차례의 교정 과정을 거쳐 지금은 '그냥 동북아'로 되고 말았다.
'중심은 오직 중화(中華)'라는 중국측의 강력한 어필이 있었다고도 하고 미국 일본 같은 해양국가들의 클레임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해설도 있었다.
결국 앞뒤 단어들이 모두 잘려나간 채 지금은 '그냥 동북아'가 되고 말았듯이 한국의 중국 방략(方略)도 마찬가지 처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여기 와봤자 판판이 실패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와 함께 "그래도 이곳에 와야 한다"는 간절한 권유도 적지 않았다.
"한국서 실패한 자는 중국서도 실패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꼭 신문에 써달라는 것은 만나는 기업인들의 공통된 당부였다.
귀를 때리는 한마디는 칭다오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아저씨의 말이었다.
예순을 훌쩍 뛰어넘어 객지에서 한국식당을 열고 있는 이 아저씨는 기자에게 "준비의 실패는 실패의 준비"라고 말했다.
오가는 기업인들과, 성공과 실패의 외줄을 타는 중소상인들과, 접대받는 관리들과, 기자 같은 뜨내기 손님들을 모두 공평하게 접대해야 하는 '금수강산'의 이 아저씨는 중국 투자에서 실패해 대륙을 떠돌고 있는 허다한 사업가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잠언처럼 불쑥 이 말을 던졌다.
실패를 준비할 뿐이었던 기업가들은 아마 지금도 베이징 한국대사관의 조환복 공사 책상 위로 요란한 구원의 전화벨을 울리고 있을 것이고 칭다오 박환선 경제담당 영사의 메모패드에도 빼곡히 전화메모를 꽂아 놓을 것이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늦었을 때라는 것도 언제나 뒤늦게 깨닫는 사실이다.
한국의 중국시장 진출은 기업 단위에서건 국가 단위에서건 그다지 전략적이지 않은 것도 분명했다.
한국은 올 들어 대(對)중국 투자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라면 진출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탈출에 가깝다.
"나가야 한다"(기회다) "아니다"(위기다)는 팽팽한 주장만 난무할 뿐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무엇만은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국가 방략은 부재다.
마치 실패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