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금융업을 수익사업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중간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업자본이 출자하는 중간지주회사를 인정함으로써 기업들은 금융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들 수 있고 지배구조 투명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한국은행은 19일 'GE의 금융업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산업자본이 금융지주회사에 출자하고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인구 한은 은행국 안정분석팀 과장은 "GE는 금융부문을 그룹의 수익창출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혼합 금융그룹들은 금융을 계열기업에 대한 지배와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합 금융그룹이란 GE 삼성 한화 등과 같이 산업자본이 1개 이상의 은행 증권 보험사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집단을 말한다.

이미 많은 대기업이 은행을 제외한 금융업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되, 중간지주회사 형태를 갖추게 함으로써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GE의 경우 GE캐피탈서비스에 1백% 출자하고 이 회사는 다시 손자회사인 GE캐피탈 지분 1백%를 소유하는 구조이며, GE캐피탈은 보험사 증권사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반면 국내 혼합 금융그룹은 대개 순환출자 구조여서 수익 창출원보다는 지배구조나 그룹 자금줄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미국처럼 산업자본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은행업 진출은 차단하되, 산업자본이 금융지주회사에 출자해 중간지주회사 형태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줘야 혼합금융그룹 내에서 금융업이 독자적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같은 형태의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업지주회사의 금융지주회사 소유 금지규정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구 과장은 "GE금융그룹은 GE 총자산의 85.6%를 차지할 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등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금융업을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인식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준ㆍ김동윤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