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칼텍스정유 노조가 공장을 점거한 가운데 철도·지하철 노조로 구성된 궤도연대가 21일 전면 파업에 돌입키로 하는 등 노사 현장이 또 다시 파업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금속노조 등 노동계의 실세 노조들이 협상을 속속 타결하면서 한시름 놓았던 재계는 쌍용차 대우차 등 전통적인 강성 노조들이 뒤늦게 파업 투쟁에 가세,산업현장의 생산 차질이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거세지는 파업 열기


올 들어 벌어지고 있는 노사분규의 특징은 공기업,민간기업 가릴 것 없이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터져 나온다는 것.지난 19일까지 벌어진 올해 노사분규 건수는 3백68건.


지난 90년 이후 가장 많았던 90년과 2002년 한 해 동안의 분규 건수(3백22건)를 이미 웃돌고 있으며,6·29선언 이후 노동자의 욕구가 분출했던 80년대 말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사 현장이 시끄러웠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56%나 늘어났다.


19일 현재 노사분규가 진행 중인 사업장은 LG칼텍스정유 대우차 쌍용차를 비롯해 대우종합기계 삼호중공업 코오롱건설 한보철강 한국바스프 한화석유화학 오비맥주 위니아만도 등 1백21곳에 달하고 있다.


80년대 말 노사분규로 홍역을 치른 뒤 안정을 되찾았던 사업장까지 또다시 노사 대립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LG칼텍스정유 노조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하고 있으며 한국바스프 삼남석유화학 금호피엔비화학 등 여수지역 공동투쟁본부 3개 노조 4백30여명도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한때 노동계 파업을 주도했던 대우차(창원 군산공장) 노조도 1천여명의 조합원이 지난 16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으며,쌍용차 노조는 16일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23일까지 부분 및 전면 파업을 벌이며 사용자를 압박할 예정이다.


궤도연대는 21일 전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교통대란이 우려되고,서울대병원 노조는 산별교섭이 타결됐음에도 여전히 파업을 벌이고 있어 환자들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파업 왜 늘어나나


우선 산별교섭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 들어 산별교섭을 벌인 택시(90건) 금속(76건) 보건의료(66건) 시내버스(37건) 등 4개 산별노조가 주도한 파업 건수는 2백69건으로 전체 분규의 70%를 넘고 있다.


또 내 몫만 챙기려는 집단 이기주의와 잘못된 교섭 관행도 파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아차 등 일부 노조에서는 노사 협상대표가 합의한 잠정안을 조합원 총회에서 거부하는 사례까지 빚어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임금 보전과 교대근무제 등도 노사 갈등을 키운 요인이다.


노조는 근로기준법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주40시간제를 도입하려 하는 반면 사용자는 법에 따라 시행할 것을 주장하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이 밖에 노조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요구,노조 집행부의 리더십 부족 등도 올해 노사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