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증오성 범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사로 꽉 막힌 한여름 출근길.에어컨마저 망가져 푹푹 찌는 자동차에서 헐떡거리던 중년남자가 차를 버리고 내린다.
길을 걷던 남자는 노숙자와 거리의 여자,스포츠점 주인,골프치는 노인 등을 닥치는 대로 살해한다.
거짓말을 일삼고,싸구려 웃음을 팔며,유색인과 동성애자를 차별하고,남들 일할 때 한가하게 놀고 있었다는 이유다.
영화 '폴링 다운'(Falling Down,추락)에서 이름도 없이 차 번호판의 'D-fens(방어)'로만 등장하는 이 남자가 이처럼 무차별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은 절망과 세상에 대한 증오심.중년의 위기의식과 불안으로 아내와 딸을 폭행해 이혼당한데다 회사에서 해고당한데서 비롯된 분노가 마구잡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도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그는 체포되기 직전 말한다.
"난 나쁜 놈인가. 난 하라는 대로 다했어.나라를 위하고 열심히 일했지.그런데 하루아침에 내쫓겼어.학력은 높은데 기술이 없고 구식이라더군." 그를 쫓던 늙은 경찰은 말한다.
"그렇다고 범죄가 정당화될 순 없어." 범인은 결국 바다로 추락한다.
열달 동안 20여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검거됐다는 소식이다.
가난과 질병,이혼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증오심을 무차별 살인으로 폭발시킨 것같다는 분석이다.
불우한 환경 탓으로 돌리기엔 범행이 너무 잔혹하고,대상이 힘없는 노인과 가난한 여성들이었다는 사실 앞에선 더더욱 할 말을 찾기 힘들다.
증오성 범죄의 특징은 어디서나 불특정 다수를 향해 마구 자행되는 것이라고 하는 만큼 피해자는 언제고 접근하기 쉬운 사회적 약자가 되기 십상이다.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이혼 등에 따른 결손가정은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약물중독과 정신질환까지 많아지면서 '묻지마 범죄'가 증가한다는 마당이다.
짧은 기간에 그토록 소름끼치는 범죄가 계속될 수 있었다는 건 무섭고 기막힌 걸 넘어 서글프고 우울하기 짝이 없다.
증오는 두려움,두려움은 외로움에서 생긴다고 한다. 민생치안 강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거니와 우리 주변 어디에선가 외로움과 두려움 때문에 세상을 향한 증오심을 키우는 이들이 없는지 돌아보는 일 또한 시급하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길을 걷던 남자는 노숙자와 거리의 여자,스포츠점 주인,골프치는 노인 등을 닥치는 대로 살해한다.
거짓말을 일삼고,싸구려 웃음을 팔며,유색인과 동성애자를 차별하고,남들 일할 때 한가하게 놀고 있었다는 이유다.
영화 '폴링 다운'(Falling Down,추락)에서 이름도 없이 차 번호판의 'D-fens(방어)'로만 등장하는 이 남자가 이처럼 무차별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은 절망과 세상에 대한 증오심.중년의 위기의식과 불안으로 아내와 딸을 폭행해 이혼당한데다 회사에서 해고당한데서 비롯된 분노가 마구잡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도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그는 체포되기 직전 말한다.
"난 나쁜 놈인가. 난 하라는 대로 다했어.나라를 위하고 열심히 일했지.그런데 하루아침에 내쫓겼어.학력은 높은데 기술이 없고 구식이라더군." 그를 쫓던 늙은 경찰은 말한다.
"그렇다고 범죄가 정당화될 순 없어." 범인은 결국 바다로 추락한다.
열달 동안 20여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검거됐다는 소식이다.
가난과 질병,이혼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증오심을 무차별 살인으로 폭발시킨 것같다는 분석이다.
불우한 환경 탓으로 돌리기엔 범행이 너무 잔혹하고,대상이 힘없는 노인과 가난한 여성들이었다는 사실 앞에선 더더욱 할 말을 찾기 힘들다.
증오성 범죄의 특징은 어디서나 불특정 다수를 향해 마구 자행되는 것이라고 하는 만큼 피해자는 언제고 접근하기 쉬운 사회적 약자가 되기 십상이다.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이혼 등에 따른 결손가정은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약물중독과 정신질환까지 많아지면서 '묻지마 범죄'가 증가한다는 마당이다.
짧은 기간에 그토록 소름끼치는 범죄가 계속될 수 있었다는 건 무섭고 기막힌 걸 넘어 서글프고 우울하기 짝이 없다.
증오는 두려움,두려움은 외로움에서 생긴다고 한다. 민생치안 강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거니와 우리 주변 어디에선가 외로움과 두려움 때문에 세상을 향한 증오심을 키우는 이들이 없는지 돌아보는 일 또한 시급하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