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의학적 효용성을 일반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약재로 쓰이는 갈근(칡)이 성장호르몬 생성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최근 규명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김정숙 박사(53)는 "전통 약용식물 가운데는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의학적 효과가 뛰어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칡의 뿌리인 갈근과 잎에 포함된 유효 성분을 흰쥐에게 주입한 결과 뇌하수체 세포에서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미국 유럽에서 발간되는 호르몬 관련 학술지인 '호르몬 앤드 메타볼릭 리서치'에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해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식물인 갈근에 포함된 호르몬 유효성분이 동물에서도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김 박사는 "일반적인 식물 성장호르몬 성분은 동물에서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유발시키지 못한다"며 "여러가지 식물을 활용해 성장호르몬 연구를 하던 중 갈근은 특이하게도 동물에서도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좋은 정보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후 유학길에 올라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생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워싱턴대에서 약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94년부터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제제연구부에서 일하고 있다.

과학적 연구기법과 지식을 바탕으로 전통 한의학 처방의 효과를 규명하는 게 그의 일이다.

김 박사는 특히 그동안 성장호르몬과 골다공증분야 연구에 주력,각종 한약재의 효능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12건의 특허를 등록했으며 출원중인 특허도 24건에 이른다.

최근엔 한약재를 이용한 골다공증 예방·치료제 상용화와 골질환조절용 기능성 소재 연구 등에 몰두하고 있다.

김 박사는 요즘 칡의 효능을 연구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과 골질환 예방에 뛰어난 효과를 갖고 있는 칡을 활용,신약이나 기능성식품 등 상용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김 박사는 "칡에 포함된 유효성분을 활용하면 기존의 합성 호르몬의 부작용을 극복한 새로운 신약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칡을 이용한 골다공증 예방·치료제 개발을 위해 제약사와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