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일본의 자동차 시장은 스포츠카가 약진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었다.

도요타의 2000GT는 불과 3백여대의 소량 생산에 그쳤으며, 닛산의 페어레이디는 일본과 해외 일부 지역에만 알려진 상황이었다.

1969년 도쿄모터쇼에 등장한 페어레이디 Z는 세계 스포츠카 무대에서 일본차가 주목받는 계기가 된 차다.

수출용 브랜드인 '닷선(DATSUN)'으로 출시됐는데 2.4ℓ 엔진을 장착해 '240Z'라는 차명이 붙여졌다.

당시 미국에 상륙한 영국 스포츠카는 완전 철수는 아니더라도 이미 세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었고, 일본차는 미국에서 점점 판매대수를 늘려 가고 있었다.

닷선 240Z는 보다 스포티한 자동차를 원하는 미국인의 요구 사항을 영국차가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북미 중역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차다.

240Z는 키가 큰 미국인을 배려한 시트를 비롯해 미국인 취향의 인테리어 장비를 갖추었다.

이 차는 6기통 2.4ℓ 1백50마력 엔진에 4단 수동기어를 장착한 차량의 경우 최고 시속 1백75km를 기록했다.

옵션으로 제공된 5단 수동기어를 장착한 경우에는 최고 시속이 2백km를 넘었다.

출발 후 시속 1백km까지 도달하는데 8.2초밖에 걸리지 않았고 연비는 10.6km/ℓ로 양호했다.

240Z 개발 프로젝트 초기에는 BMW 507을 만들어낸 디자이너 알브레히트 게르츠가 관여함으로써 많은 영향을 주었다.

외관에서 유럽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1973∼78년 닷선 260Z부터는 비대해지기 시작했는데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에 맞춰 2천5백65cc 엔진을 장착했으나 속도가 빨라지기는커녕 무거워지기만 했다.

1974년에는 보디를 연장한 사양을 추가했다.

1978년 들어서 Z 시리즈는 더욱 무겁고 비대해졌지만 인기는 사그러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