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3동 주민자치센터엔 동네 초등학생 30∼40여명이 몰려들었다.

과학문화재단에서 매주 토요일 개최하는 '생활과학교실'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어머니와 일일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빨대를 이용해 비행기를 만들었다.

또한 필름통으로 로켓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엔 '새 박사'로 이름난 윤무부 경희대 교수 등을 초청,동네 과학축제를 개최했다.

영등포 3동의 생활과학교실은 동사무소와 부녀회가 마련한 '풀뿌리 과학문화 운동'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지역학교 등이 참여하는 생활속 과학문화 프로그램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널리 보급돼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소규모로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직은 태동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이에 따라 과학문화운동인 '사이언스 코리아'의 핵심 사업으로 생활과학교실 확산 작업에 나섰다.

전주 강원 포항 등 3개 지역 7곳에 생활과학교실을 낸 데 이어 서울에서도 처음으로 영등포구내 10개 주민자치센터에 교실을 열었다.

생활과학교실은 주민들이 생활터전에서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접하도록 하는 풀뿌리 과학문화 운동으로 향후 전국 3천5백여개 읍·면·동에 모두 개설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영등포 3동에서 개인적으로 과학교실을 운영해온 김정식 과학문화재단 과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과학문화운동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직접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과학교실을 만들게 됐다"며 "과학의 생활화를 위해선 동네에서부터 쉽게 과학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도 과학교실 등의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도는 한양대 경원대 현대자동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등 도내 대학교 및 연구소 등 7개 기관과 함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매월 2차례씩 과학교실을 운영하는 '과학 멘토'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생활속 과학문화 프로그램으로는 지역 테마과학관과 지역 과학축전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지역과학축전을 추진하고 있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는 경기 충남 포항 등 10여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역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규모를 갖춘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 테마과학관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전국에 설치될 생활과학교실과 연계해 지역 과학축전을 활성화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과학관 건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엔 과학자와 지역주민이 함께 각종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상점'(science shop)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과학상점을 운영하는 주체인 대덕연구단지 시민참여연구센터는 이달 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과학상점은 동네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와 환경 보건 교육 등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제기하는 곳이다.

구멍가게와 비슷한 개념으로,이미 네덜란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시민참여 과학문화 운동의 장으로 뿌리내려 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