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제반조건이 충족되면 핵무기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20일 밝혔다.

박 대사는 이날 워싱턴 소재 미 상원 덕슨 빌딩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안보 포럼' 토론에서 "북한은 핵위기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일이 더 절박해졌다고 믿는다"면서 "북한은 만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 등 제반 조건이 충족된다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3차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제안에 대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용어 포기 등을 긍정적인 요소라고 평가하고 그러나 "북한이 먼저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반도가 기술적으로는 아직 전쟁중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없는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3차 6자회담에 대해 "참가국들은 미래의 진전을 위한 공동의 기반을발견할 수 있다는 전망에 동의했다"고 전제, "북한의 핵 동결은 해체의 첫번째 조치이며 실질적인 보상과 병행돼야 한다"면서 "보상엔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조치와 200만 킬로와트의 에너지 지원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에 대해선 "북한에 그런프로그램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 대표단이 북한 핵프로그램 대부분이 핵무기 관련이라고 인정했다'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의 최근 의회 증언에 대해선 "북한은 에너지를 위한평화적 핵 시설과 핵억지력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6자회담에 진전이 없으면 핵실험이나 핵 보유국 선언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그는 "우리가 현재 매우 강력한 핵억지력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나, 핵실험 여부는 6자회담 결과와 관계없다.
우리는 6자회담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코리아 소사이어티, 한반도 평화촉진위원회, 미주동포전국협회 등이 공동 주최했고 장영달(張永達) 의원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의원 4명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잭 프리처드 전국무부 대북교섭담당 특사 등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했다.

특히 포럼에 잠시 참석한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외교위 민주당측 간사)은 박대사에게 "북한도 북한의 진정한 안보는 핵포기를 통한 비핵화라는 점을 깨닫기를기대한다"며 "북한의 핵포기가 미국에는 아들 손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고 북한에도 엄청난 것을 가져다줄 것이기때문에 이는 제로 섬 게임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장 의원은 "지난 G8 정상회의에서 G8 정상들이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이 아니라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포기토록 권고한 것에 주목한다"고 지적, "이것이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을 감안하면 평화적 목적까지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토록 북한에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지극히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사는 토론회가 끝난 뒤 주최측이 워싱턴 인근 한국 음식점에서 가진 만찬행사에도 장영달 의원 등과 함께 참석한 뒤 뉴욕으로 돌아갔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윤동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