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와 대법원 등 헌법기관(11곳)의 신행정수도 이전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천도(遷都) 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논란에 발목 잡혀 이전 일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조급함이 함께 배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정부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신행정수도 이전논란에서 한 발을 빼게 된 반면 공을 넘겨받은 국회와 사법부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 헌법기관 왜 빠졌나

정부는 지난달 신행정수도 이전 주요 국가기관을 잠정 선정하면서 국회와 대법원 등 헌법기관도 모두 이전대상으로 분류한 뒤 이달 말까지 이전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야당이나 수도권 지자체 등이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사실상의 천도'라며 반발하는 등 논란이 거세지고, 헌법소원까지 제기되자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결국 21일 이전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한발짝 물러섰다.

신행정수도추진위 관계자는 "헌법기관의 경우 행정부 견제기능과 신행정수도의 상징적 완결성 등을 위해 행정부와 함께 이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이전대상에 포함시켰지만 헌법기관들이 여전히 입장을 유보하고 있어 자체 결정에 맡기는게 바람직한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 헌법기관 이전 어떻게 되나

신행정수도 이전 여부를 자체 결정해야 할 헌법기관은 모두 11곳이다.

이 가운데 △입법부는 국회,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등 4곳 △사법부는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법원공무원교육원, 법원도서관 등 5곳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지만 아직 공식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우선 입법부의 경우 여야 합의 또는 표결방식으로 이전ㆍ잔류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여당과 야당이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사법부는 '상황을 봐가며 천천히 결정하겠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지호 대법원 공보관은 "정부가 본격적으로 이전관련 협의를 요청해 오면 그 때 가서 내부 의사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국회가 이전할지 여부 등을 고려해서 천천히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