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중 외환거래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ㆍ수입이 늘어 환전 수요가 증가한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그러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방어를 위해 정부가 개입하면서 거래량만 늘려놓았다고 보고 있다.

또 은행간 외환거래 점유율 경쟁도 외환시장 규모를 키우는데 한몫 거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물의 움직임이 뒷받침되지 않은 외환거래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개인들의 해외송금이 10조원에 육박하고 관세청에 의해 적발된 상반기 불법 외환거래금액은 작년 상반기의 4.8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 외환거래액 1년반 새 2배

지난 2ㆍ4분기(4∼6월) 외환거래액은 하루 평균 61억3천4백만달러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33억9천8백만달러)과 비교하면 80%나 급증했다.

종전 최대치였던 1ㆍ4분기(1∼3월) 하루 평균 거래액 52억9천만달러도 훌쩍 넘어섰다.

이는 2002년 하루 34억1천만달러에 그쳤던데 비해 2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김원태 한은 외환시장팀 과장은 "수출입과 자본거래가 늘어난게 가장 큰 원인이고 올해부터 외환시장 개장시간이 90분 늘어 7시간이 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입이 늘어나 외환거래액이 증가한 것만으로 외환시장 급팽창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는게 시장 참가자들의 얘기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상반기 수출과 수입은 각각 38.6%, 25.7% 늘었다.

반면 외환거래액은 1ㆍ4분기 47.7%, 2ㆍ4분기 80.0%나 증가했다.

○ 외환거래에 거품 끼었다

시장참가자들은 외환거래액 증가의 주요인으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꼽고 있다.

정부가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적극 매입한 것이 하루 거래액을 수억달러 정도 늘렸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개입방식도 예전과 달리 단순 달러매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빈번한 달러 매수와 매도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은행들의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도 외환거래가 활발해 보이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요인 중 하나다.

한은은 이를 '일부 은행들의 적극적 투자전략'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딜러는 "정부가 하락을 저지하고 있고 환율이 상승하기에는 매물 부담이 있는 시장에서 은행들은 투자 목적보다는 단지 거래량을 늘려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명 '10전 떼기'(10전만 오르내려도 달러를 사고파는 거래)를 일삼았다는 얘기다.

○ 개인들 외화반출도 한몫

개인들이 해외송금한 외화는 5월까지만 해도 80억7천만달러(9조3천3백69억원)로 작년에 비해 15.1%나 늘었다.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돈이 달러로 교환돼 해외로 나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인들의 외화예금이 급증한 것도 외환거래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 기업 등의 외화예금은 97년 말 43억달러에서 2000년 말 1백억달러를 돌파하고 작년 말 1백54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올들어서도 매달 약 10억달러씩 늘어 6월 말 현재 2백4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한편 불법외환거래도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이 상반기 적발한 외환사범은 8백16건(금액은 1조3천1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건수는 22% 늘었고, 금액으로는 4.8배에 달했다.

특히 은행을 거치지 않고 돈을 밀반출하는 수단인 환치기는 올 상반기중 8천2백61억원(2백45건)이 적발돼 작년 상반기보다 9.8배로 늘어났다.

박준동ㆍ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