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던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59ㆍ독일 뮌스터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강력 반발, 상고 의사를 밝혀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21일 송 교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송 교수는 이날 오후 5시 경기 의왕의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송 교수의 가장 중요한 혐의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돼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는 점'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했다.

반면 지난 90년대 초 북한에 5차례 입북한 사실과 관련한 '반국가단체로의 잠입ㆍ탈출' 혐의와 북한 노동당에 가입했으면서도 이를 부인하며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사실과 관련한 '사기 미수'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다는 의심은 가지만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법정 진술과 미국으로 망명한 김경필 전 독일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서기관이 작성했다는 이른바 '대북보고문' 등의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하기에 미흡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송 교수가 5차례에 걸쳐 밀입북해 주체사상을 교양 학습하고, 북한 고위당국자들과 접촉함으로써 반국가단체 지역으로 탈출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가 안전보장에 크게 위해를 끼친 반국가적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또 송 교수가 황씨를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선 "조선 노동당 가입 사실이 있으면서도 이를 부인하고 소송을 제기한 점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