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왕족인 오사마 빈 라덴 가문은 부시 대통령 부자(父子)가 관여했던 석유업체와 군수업체들의 최대 투자자였다.

부시 부자가 이사로 재직했던 군수업체 칼라일 그룹은 9·11테러 후 장갑차 판매 급증과 뉴욕증시 상장으로 수십억달러를 챙겼다.

부시 정부는 9·11테러 직후 미국에 거주하던 빈 라덴의 친척 20명을 은밀히 출국시켰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화씨 9/11'은 빈 라덴 가문과 부시 미 대통령 일가간의 오랜 유착관계를 파헤친 영화다.

부시 가문의 부도덕성과 이라크 전쟁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이 작품의 매력은 충격적인 사실이 웃음을 통해 전달된다는 데 있다.

빈 라덴의 친척들을 출국시킨 사실을 폭로한 다음 형사가 용의자의 자택을 수색하는 할리우드 영화 한 토막을 삽입했다.

무어 감독은 이 장면처럼 테러 후 빈 라덴 친척들을 조사했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라크 전쟁의 본질을 미국 빈민층의 희생을 바탕으로 극소수 부유층이 이익을 독점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참전 병사들은 대부분 가난한 청년들이며 자식을 이라크에 보낸 미국 의원은 단 한 명뿐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등장 인물의 입을 빌려 시종 부시를 조롱한다.

현직 대통령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가 성숙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감독의 사견이 지나치게 개입돼 균형감각을 잃었다는 흠을 남겼다.

그럼에도 반전 메시지를 흥미롭게 표현한 성과가 인정돼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영화로는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또 다큐멘터리영화로는 사상 최고의 흥행실적을 기록했다.

6백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이 작품은 미국에서 개봉 4주만에 1억달러에 육박하는 흥행수입을 올렸다.

22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