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가 19개 상임위와 특위원장을 선출하고 원구성이 완료돼 가동되고 있다.

새 국회는 지난 88년 이후 16년간 야당이 다수로 지배해온 역학구도가 여대야소로 전환됐다는 의미가 무엇보다 크다.

또한 국회에 첫 발을 내딛은 초선 당선자가 전체 2백99명의 63%,여성의원이 13%로 대폭 늘어난 것도 큰 변화다.

이렇게 변화한 17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무엇보다 점점 어려워져 가는 국민생활과 피폐해진 경제의 재건을 간절히 염원한다.

이와함께 새로운 국회출범을 바라보는 이 땅의 과학기술인들은 시급한 당면과제인 국민경제 회복이 과학기술에 대한 국회의원 개개인의 인식전환을 토대로 가능하다고 믿는다.

사실 우리 경제가 지난 40년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오늘날 세계 12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기까지 고도성장의 바탕에는 과학기술 발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산업화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와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하는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 과학기술은 선진국 기술에 대한 60,70년대의 모방단계를 지나 80년대 국가 R&D(연구개발) 투자에 착수하며 내재화 단계를 거쳤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신기술 개발경쟁에 뛰어드는 혁신단계로 진입했다.

그러나 현재는 경제의 고도화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제조업 공동화 현상,청년실업 급증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서 9년째 정체돼 있고 잠재성장률이 5%대로 하락한 상태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통한 선진국 진입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은 그래서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혁신제품 개발을 위한 질적 기술력 제고와 새로운 산업발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도 시급하다.

이것이 바로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많은 정치인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우리가 살 길은 과학기술뿐이라고 얘기하지만 아직은 공허하기만 하다.

과학자들이 볼 때 정치인들은 과학기술을 머리로만 이해할 뿐 가슴으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과학기술인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 매진할 수 없고 청소년들이 갈수록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7대 국회도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바와 같이 정쟁은 이제 지양하고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학기술인의 한사람으로서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참여정부에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주요 국정지표로 설정하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의원들의 입법 활동이 활발히 펼쳐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과학자들과의 적극적인 만남을 통해 과학의 향기가 나는 의회로 만들었으면 한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인류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과학기술의 힘이다.

과학기술이 국가나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로,과학기술이 제대로 뒷받침되는 나라나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은 항상 인류의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직결되고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 발전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속도로 빨라져 그 변화의 양상에 대응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우리는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한발 더 나아가 주도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단순히 경제 성장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발달한 과학기술은 사회 여타 분야와의 상호보완적 교류와 결합을 통해 양자가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

이제 새로 판을 짜고 새 돛을 단 17대 국회의 원구성이 완료된 만큼 국회의원 개개인의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과 획기적 인식전환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