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하기로 방침을 확정하자 해당 중소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단체수의계약제도에 참가해온 기업들은 "중소기업 죽이기"라며 정부정책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단체행동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왜 폐지하나=정부는 단체수의계약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일부 조합원들에 의한 편중 배분 등 부작용이 많아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22일 '단체수의계약 등 공공구매 운영실태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 제도가 2백87만개 전체 중소기업 중 0.09%에 불과한 2천6백여 중소기업에 특혜를 주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협중앙회는 이 제도 참여기업이 1만3천여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감사원은 실질적 혜택을 받는 기업은 이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감사원은 단체수의계약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이 로비성 영업에 매달리는 반면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조합의 경우 이사장 및 임원업체에 대한 편중배정 등의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청회 이후 대규모 단체행동=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단체수의계약에 참여해온 중소기업들은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나온 이같은 조치는 중소기업을 고사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체수의계약제도 수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홍백파·계량계측기기조합 이사장)'는 3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릴 공청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홍백파 위원장은 "중소기업의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몰아붙이는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며 "중소기업들의 운명을 걸고 강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중소기업이 이 제도의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이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이번 정부의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위상 흔들릴 협동조합=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되면 이 제도에 의존,납품해온 1만3천2개 기업(기협중앙회 추산)이 경영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쟁입찰로 전환하면 어차피 극소수 몇몇 업체들만 낙찰받을 수밖에 없어 나머지 업체들의 휴·폐업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많은 협동조합들이 단체수의계약제도라는 틀에서 조직활동을 하고 있어 이 제도의 폐지는 회원들 간에 결속력을 떨어뜨려 협동조합 조직까지 와해시킬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간 경쟁체제로 전환=정부가 이번에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하고 내놓은 대안은 중소기업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소기업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품목이라도 일정 규모 이하의 공사·물품·용역계약은 중소기업간 경쟁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또 분리발주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의 참여범위를 넓히고 공공기관 인증을 받은 신기술제품에 대한 '신뢰성보험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 제품의 신뢰성을 높여주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영세기업도 조합을 결성해 상위그룹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등급별 경쟁제도를 도입해 영세기업의 참여를 높이기로 했다.

또 한계기업의 사업전환촉진을 위한 '중소기업사업전환특별법'도 제정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저가입찰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낙찰률 이하로 낙찰받은 경우 엄격한 적격심사를 실시하고 덤핑입찰로 확인되면 낙찰취소와 함께 일정기간 공공기관 입찰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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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단체수의계약제도=정부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는 제도다.

경쟁입찰에 비해 가격조건과 결제조건이 좋아 가장 강력한 중소기업 지원제도로 꼽힌다.

대상물품은 지난 98년 2백58개에서 지난해 1백46개로 줄었고 올해는 1백38개로 감소했다.

지난해 정부가 이 방식으로 구매한 액수는 정부의 총물품구매액의 약 6%인 4조8천9백18억원어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