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여권 '386세대' 정치인들이 논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도 성장과 분배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두원 연세대 교수(경제학)와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나라경제 7월호에서 현 정부의 정책이 성장과 분배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놓고 지상논쟁을 벌였다.

이 교수는 "성장이 먼저 이뤄져야 분배도 개선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절대빈곤층 비율이 두 배가량 높아지는 등 분배구조가 급속히 악화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분배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분배정책보다는 성장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환 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확대된 주원인이 실업증가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들의 투자 회복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며,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분배정책을 자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강력한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분배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은 그간 성장 위주의 경제발전 전략에 지나치게 의존해왔고,이에 따라 주거비 의료비 양육비 등에서 근로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며 "이는 결국 전투적 노동운동을 촉발하고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어렵게 만들어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분배정책 과잉이 아니라 재분배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부실한 사회복지정책과 조세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공공주택의 확대나 공교육 확대를 통해 '사회적 임금'의 크기를 늘릴 경우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 인상요구는 줄어들 것이며,저소득층의 구매력도 증가해 내수기반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