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을 외쳤던 여야가 상쟁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여권의 '국가정체성 흔들기'를 비난하면서 전면전 가능성을 시사한데 대해 여당이 역공차원을 넘어 박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아 정국이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측이 대화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채 '막가파식'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16대 국회의 대립과 갈등구도가 재연되는 양상이다.

정쟁속에 국민이 바라는 민생 경제 회복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여야대결의 저변에는 뿌리깊은 '색깔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뜨거운 논쟁거리로 등장한 북한군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의문사위의 남파간첩 및 빨치산 출신자의 민주화운동 인정,여권의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 등은 하나같이 이념과 직결된 사안들이다.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가 이념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북의 NLL 침범사건을 놓고 여권은 보고누락과 기밀유출,이에따른 문책에 사건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여권이 북측의 도발행위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우리 군만 흔들고 있다는 시각이다.

보안법 개?폐문제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은 이념이 아닌 인권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폐지 또는 대폭 수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송두율 교수에 대한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도 보수세력을 자극하는 등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여기에 여야의 정략적 접근도 한몫을 했다.

열린우리당은 박근혜 대표가 대선주자로 조기부상하는 것을 겨냥한듯 대표로 당선되는 날부터 박 대표 흠집내기로 일관했다.

한나라당이 보안법 폐지 움직임 등 여당이 추진하는 각종 쟁점을 노무현 대통령과 연계시켜 공격한 것도 정략적이긴 마찬가지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