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간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단체수의계약 제도를 40년만에 폐지하고 중소기업간 경쟁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22일확정했다.

계속되는 불공정 시비로 몇년 전부터 단체수의계약제 폐지 논의가 이뤄졌지만이 제도의 수혜를 입었던 중소기업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제도 전환에 적잖은진통이 예상된다.

◆ 제도 폐지 배경 =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키로 한 것은 그동안 운영과 관련한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은 데다 극소수 조합회원사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경쟁제한적 제도라는 비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 65년 도입된 단체수의계약제도의 적용품목은 도입 당시 181개에서 지난 83년 1천474개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계속 감소해 현재 138개로 축소됐다.

이 제도는 당초 중소기업의 판로확보와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제도 적용물품을 생산하는 9만1천34개 중소기업 중 14%에 불과한 1만3천개의 조합 회원사에게만 혜택을 부여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제기됐다.

또 물품 편중배정 등 불공정한 제도 운영사례가 많았고 물품배정을 둘러싼 조합원간 내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6만여건의 위법.부당사례를 분석한 결과 연고 등에 따라 특정조합원에게만 물량을 배정하는 등 단체수의계약을 지정수의계약처럼 편법 운영하는사례가 총 70개 조합 6만1천391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편중배정을 감추기 위해 생산시설도 갖추지 않은 비제조업체에 물량을 배정한 것처럼 위장한 사례(108개 조합, 1천138개 업체), 물량배정을 받고도 중간이득만을 챙기고 하청생산을 통해 납품한 사례(총 24개 조합 384건) 등도 적발됐다.

이밖에 대기업제품 또는 수입품 납품사례, 조합이 물량배정권한을 이용해 계약수수료를 과다하게 징수하거나 임원업체에 물량을 과다 배정해 신규업체의 진입을제한한 사례 등도 있었다.

◆ 조합 측 반발로 진통 예상 = 정부의 제도 폐지 방침에 대해 중소기업협동조합 측은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도외시한 채 실효성 있는 대안도 없이 졸속 추진되는 것"이라며 제도 폐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합들은 경쟁제도가 도입되면 과당경쟁으로 인해 낙찰가격이 급락해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이는 결국 품질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있다.

정부의 개편방안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판매난 완화 및 조합 활성화에는 실효성이 매우 낮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중소기업 제품 공공구매 정책 전반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제도 수호를 위해 장외 투쟁 등 모든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어서 제도 개편 과정에서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제도 개편에는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등 다수의 부처가 관련돼 있어 세부 개편안 마련과정에서 부처간 이견 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기우 중기청 국장도 개편방안에 대한 브리핑에서 "공공기관의 대형 경쟁사업발주시 '중소기업하도급계획서'를 제출하는 기업에 가점을 부여한다는 보완책의 경우 건교부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관련부처와의 협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희선기자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