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제주 정상회담에서 높은 수준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환경 조성에 노력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양국 관련업계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한·일 FTA가 얼마나 민감하고 다루기 힘든 현안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한·일 FTA는 장기적으로 볼 때 산업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체결의 당위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협정 체결국간 거래가 전세계 교역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FTA가 세계적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실을 봐도 그러하다.

사실 양국이 FTA를 추진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98년 11월 통상장관들이 민간공동연구에 합의한 이후 실무적 차원에서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으며 양국 정부는 내년말까지 협상을 타결짓고 이르면 오는 2006년부터 협정을 발효시킨다는 기본계획을 갖고 있다.

한·일 FTA가 성사되면 세계생산의 17%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이 탄생하게 되며 우리 기업들은 이 시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처음 몇 년간은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전체 무역수지가 연간 수십억달러씩 개선되는 등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본 자본의 대 한국 투자가 증가하고 부품산업이 이전되는 등의 부수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이 전면개방될 경우 치명적 타격을 받을 산업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특히 자동차 기계 전자 등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으면서도 기술수준은 뒤지는 분야의 경우는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생존기반마저 붕괴되는 기업이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때문에 한·일 FTA 체결과 관련해서는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쟁력 격차가 현격한 산업에 대해선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거나 관세인하폭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또 이를 관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협상과정에서 빠뜨려서 안될 것은 일본의 비관세장벽을 최대한 걷어냄으로써 우리 기업의 일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배타적 유통구조와 함께 각종 시장진입제한 장치를 두면서 외국기업의 진출을 교묘히 막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돼선 안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