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에 폭염이 시작된 22일 경기도 파주의 문산제일고등학교.

5백여명의 SK그룹 임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SK자원봉사단' 발대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땡볕을 겨우 피해 만든 천막 안에서 구호물품 상자를 만드는 손길은 분주했다.

몇 년째 거푸 수해를 입은 지역민들을 위해 실어온 것이었다.

자원봉사단장을 맡은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치며 "이제 달라진 SK를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요즘 다른 기업들도 다 하는 자원봉사지만 이날 행사가 SK에 갖는 의미는 각별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새로 내놓은 '뉴 SK'의 비전과 가치를 그룹 차원에서 확인하고 실행에 옮기는 순간이었다.

지난 10여년간 유지해온 'OK! SK!'가 고객지상주의 경영을 표방한 것이었다면 '뉴 SK'는 사회 전반의 '행복 극대화'를 최종 이정표로 삼고 있다.

SK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도 "기업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드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야 하는 시기"라고 SK의 '시대적 소명'을 규정한 터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SK의 행보를 지난해 SK사태 이후 실추됐던 그룹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지 실추로 꽤나 고생했던 SK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런 측면이 없진 않다.

하지만 뉴SK를 구현하기 위한 최 회장이나 SK의 의지는 상당히 결연하다.

일회성 이벤트나 전시성 구호로 끝날 것 같지도 않다.

뉴SK 구상의 윤곽은 지난 5월15일 SK가 1천억원 이상을 기부해 만든 울산대공원 2차 기공식장에서 드러났다.

경영복귀 이후 처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최 회장은 당시 울산 시민들에게 "오늘의 SK가 있기까지 지난 50년간 따뜻한 동지가 되어준 지역사회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진정한 윤리경영과 참다운 사회공헌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고객 단위의 경영 외연을 확대해 국민과 사회에 가까이 다가가는 기업상을 일구겠다는 다짐이었다.

최 회장은 이에 따라 계열사의 자원봉사단 단장도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맡도록 해놓았다.

나아가 올 한 해 동안 연 인원 3만5천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봉사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SK기업문화실의 권오용 전무는 "뉴SK가 만들어갈 기업문화는 'OK! SK!'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국민들의 일상에 묵묵히, 또 친근하게 녹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