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를 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은 조지 부시 미행정부가 그간 주력해온대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양측을 국제금융시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며 제주도 한일 '셔틀' 정상회담이 그 가능성을 높였다고 미국의 저명한 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23일 지적했다.

다음은 페섹이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를 경제금융정보 전문서비스 블룸버그에 기고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의례 정상회담하면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사진찍기'용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금융시장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제주도 한일 정상회담은 경우가 다르다.
특히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북핵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예의주시했다.

물론 제주도 회동을 계기로 북핵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우려가 일시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존 챔버스는 북핵이여전히 한국시장 및 한국의 기채부담과 관련해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외부와 협의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희망적인 조짐들이 싹터온 것이 사실이며 이는 분명히 아시아 금융시장에 지난 몇년사이 나온굿뉴스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이다.

박병원 재경부차관보는 "(북핵의 평화적 타결 가능성이 갖는) 심리적 효과는 분명히 한국 경제에 매우 좋은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그동안) 한국경제 전망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가장 심각했던 요소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런 낙관론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분명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는 판단에도 기인한다.
부시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역할분담'을 수용해 김정일 체제의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평양측이 `핵무기 포기'를 택할 경우 경제지원과 안전보장을제공하는데 더 비중을 두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이 연 성장률 5% 수준이면서도 올해 주식시장 실적은 세계에서 9번째로 부진한 것으로 분석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북한 효과'다.

한국처럼 개발된 나라 가운데 이처럼 핵위협에 심각하게 노출된 케이스는 거의없다.
따라서 핵위협이 사라질 경우 경제에 더욱 탄력이 붙고 외국인 투자도 늘어나리라는 점을 예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물론 이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대중 전대통령이 구축한 대북 `햇볕정책'이 다져지고 김정일 위원장이 바깥세계와 더 `정상적'인 관계를 모색할 준비가 돼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는 곧 아시아 금융시장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부시 행정부의 기존 노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했으며 미국도 그렇지 않을 경우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강박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준비가 돼있지 않을지 모르나 그들을 국제사회의 메인스트림으로끌어내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인 것으로 보인다.

외화에 굶주려온 북한은 그동안 채권 발행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는 평양 정권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공산정권이 재정난을 자본주의 방법으로 해소하려고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국제금융시장은 가급적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 뻔하다.
이유는 외국 투자자들이 아직은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일 것이라는 점과 가급적 바깥으로부터 간섭받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서방 지도자들이 착안해야할 포인트가 여기서 나온다.
군사적으로 북한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시장으로 공격'하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북한을 정치.경제적으로 고립시키지만 말고 평양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제자본시장 논리로 공격하라는 것이다.

물론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북한이 주요국들과 수교하고 비즈니스도 자유롭게 행해지는 날이 오지말란 법이 없다.
북한 주민이 나이키와 삼성제품을 사용하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상황도 마냥 꿈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강경파는 '시장으로 북한을 공격하라'는 얘기에 코웃음을 칠 것이다.

러나 이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을 몰아붙이기만 하는 전략이 과연 성공했느냐는 것이다.
또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이 오히려 그 사회를 똘똘 뭉치게 만드는 역작용을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김위원장도 급속히 확대되는 정보화 시대에 2천200만 북한 주민을 마냥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를 저울질할 것이다.

결론은 뻔하다.
북한을 폭탄으로 굴복시키려하지 말고 채권으로 공격하라는 것이다.
김위원장도 내심 이 점을 가장 우려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