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영 대법원장이 23일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48ㆍ사시 20회)를 조무제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것은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며 법원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인선은 대법원이 소수의 기본권 보호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사법부 안팎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수,연공서열 위주의 법원 인사관행에서 벗어나 기수,성별 파괴형 인사를 통해 첫 여성 대법관 탄생을 목전에 두게 됐다.

장관급 여성법관이 탄생한 것은 작년 8월 첫 여성 헌재 재판관이 된 전효숙 재판관(사시 17회) 이래 두 번째지만 여성대법관은 1948년 제헌 공포 이후 이번 김 부장 판사가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8월 임명된 김용담 대법관(사시 11회)과는 9기수나 차이가 난다.

법조계는 이런 여러 배경 등에 비춰 이번 인선은 본격적인 사법개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내년에는 최종영 대법원장을 비롯 변재승,유지담,윤재식,이용우,배기원 대법관이 줄줄이 퇴임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후임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인선"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과 민변,참여연대 등 재야단체는 김 후보 제청에 대해 "기존의 서열과 기수에 따른 대법관 제청 관행을 벗어난, 매우 전향적인 결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폭넓은 법원개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일제히 환영논평을 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