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48·사시 20회)가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것은 지금까지 기수와 서열중심의 인사관행을 완전히 깨뜨린 파격인선이라는 평가다.

대법원이 그동안 소수의 기본권 보호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사법부 안팎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결과다.

'여성'판사를 제청한 것은 남성 중심의 대법관 구성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남성' 판사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지금까지 관례에 따르면 후배 남성 판사가 대법관이 될 경우 선배들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는데 여성판사의 경우 '예외'로 인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40대 판사를 천거함으로써 대법원의 개혁성에 대한 홍보효과도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

'장관급' 여성 법관이 탄생한 것은 작년 8월 첫 여성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된 전효숙 재판관(사시 17회) 이래 두번째지만 여성 대법관은 48년 제헌 공포 이후 김 후보가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8월 임명된 김용담 대법관(사시 11회)과는 9기수나 차이가 난다.

14명의 현 대법관 중 유일한 40대다.

40대가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것은 지난 88년 49세의 나이로 대법관이 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이후 16년만이다.

법조계는 이런 배경 등에 비춰 이번 인선을 본격적인 사법개혁에 대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년에는 최종영 대법원장을 비롯 변재승,유지담,윤재식,이용우,배기원 대법관이 줄줄이 퇴임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후임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