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자금 흐름을 보면 한가지 뚜렷한 방향이 감지된다.

바로 은행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투신권의 채권형 상품과 수시입출금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리는 현상이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은행권에서 1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요구불예금의 경우 무려 2조2천5백억원이 이탈됐다.

반면 투신권의 채권형 상품과 MMF에는 각각 2조7천3백억원,4조4천9백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시중은행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은행권의 자체적인 요인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지속적인 예금금리 인하와 각종 수수료 인상으로 다른 금융권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액예금 기피현상 등 시중은행들의 이기주의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개인금융 분야에서 최고의 여성전문가로 알려진 국민은행 구기동의 홍영란 지점장은 "갈수록 리스크 관리가 중시되는 금융영업 환경 하에서 시중은행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액예금을 기피하고 부실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경기순응성(pro-cyclicity)을 띠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요즘 시중은행들의 영업행위를 평가했다.

재테크 생활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flight to quality)이 심화되는 것도 시중자금이 투신권의 채권형 상품으로 몰리는 주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주식과 부동산보다는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재테크 생활자들이 전적으로 채권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과도기적인 단계에서 투신권의 MMF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어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한가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은행권에서 이탈한 자금규모보다 투신권에 유입된 자금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이다.

여러 가지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최근 들어 재테크 생활자들의 현금보유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퇴장(hoarding)된 자금보다는 부동산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수익성을 좇아 투신권으로 이동한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최근의 시중자금 흐름은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경기조절,미국의 금리인상,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상승과 대내적으로는 정책혼선,정책당국자 간의 갈등,노사분규와 같은 불확실한 변수가 개선될 때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길게는 1년 이상 보는 시각도 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