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1천 가맹점 시대를 열겠습니다."

전통음식점 '가마고을'과 우동전문점 '후지우동'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주)큰들F&B의 이병길 사장(40).대학 졸업후 한 번의 사업실패를 겪고 프랜차이즈업에 뛰어든 그는 일본의 앞선 유통정보를 잘 활용해 10년간 350개의 가맹점을 확보한 업계 베테랑이다.

온 몸으로 사업을 일궜고 열정으로 IMF위기를 이겨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사실은 IMF때 끝장나는 줄 알았습니다. 용케도 살아난 건 교직에 계시던 아버님과 어머님의 선행 덕분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월급쟁이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대학때는 노동운동으로 학창시절을 대신했고 졸업해서는 선배와 함께 부동산개발업을 하다 2년만에 빈털터리가 됐다.

그러나 이때 일본의 부동산개발업자들과 친분을 갖게된건 나중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때 큰 밑천이 됐다.

그가 프랜차이즈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94년.수중에 있는 돈을 털어보니 8백만원이 전부였다.

여기에 부인이 직장생활하면서 모은 돈 1천5백만원을 보탰다.

자형과 부모님도 1천만원씩 빌려줬다.

모두 4천3백만원이 종자돈인 셈.

이 돈으로 청계천에 수산물직판장을 차렸다.

결혼과 동시에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신혼살림은 밑바닥이었다.

경기 하남시 변두리인 검단산 밑 외진 곳에 얻은 보증금 5백만원,월세 30만원짜리 신혼집에는 변변한 가재도구 하나 없었다.

냉장고도 새로 산 게 아니라 아내가 자취할 때 쓰던 것이었다.

"수산물직판장이 대히트를 치면서 체인점 차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더라고요. 1년6개월 만에 전국에 가맹점 40개가 들어서는 걸 보면서 신이 났지요. 직판장은 수족관에 활어를 넣어두고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싸게 파는 곳인데 한동안 수산물유통업계에 큰 바람을 몰고왔어요."

호사다마라 했던가,한참 재미있을 무렵인 96년 여름 비브리오패혈증이 전국을 강타했다.

수산물 매장은 파리를 날리고 가맹점 문의도 뚝 끊겼다.

업종을 전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하던 중 부동산개발업을 할 때 알고 지내던 일본인 친구가 우동사업을 권유했습니다. 곧바로 일본으로 날아가 한 달간 일본 대도시 우동점을 모조리 훑었지요. 지금도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수시로 일본에 들르는데 이때부터 몸에 밴 습관입니다."

아무런 연줄도 없이 무작정 찾아간 후지식품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우동 식재료를 독점 공급받기로 했다.

이래서 선보인 게 프랜차이즈 브랜드 '후지우동'.후지우동은 1년6개월 만에 가맹점이 2백호점 이상 늘어나며 순항했다.

"98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이 돌변했어요. 가맹점이 더 이상 늘지 않고 매출도 3분의 1로 뚝 떨어지는 거예요. 엔 환율마저 2배로 뛰어 일본에서 식재료를 수입하는 데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우동 면을 만들던 공장도 팔고 직원도 절반으로 줄였지만 돌파구가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위기였습니다."

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한 게 바로 두 번째 브랜드 '가마고을'.이 사장을 살려준 효자 브랜드다.

공교롭게도 한국 전통 음식점인 가마고을의 아이디어는 일본에서 얻었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도심에 '가마메시 비빔밥'을 파는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비빔밥을 자동으로 만드는 기계가 있어 주방 일손을 덜고 밥맛이 일정한 곳이었다.

한 대를 국내에 들여와 모조리 해체했다.

손수 개발해보기 위해서였다.

기계가 완성된 98년 말 경기 일산에 가마고을 1호점 문을 열었다.

"가마고을 가맹점이 99년 이후 2년간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후지우동의 충격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죠.음식만을 놓고 보면 한국은 중국 일본을 따라잡기 힘듭니다. 복사가 불가능하다는 말이죠.독창적이면서 토속적인 메뉴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 힘든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사장은 2010년 내에 국내에선 가맹점 1천호점을 열고 미국·중국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전략에 시동을 걸겠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음식을 그대로 외국에 수출해야만 글로벌화가 되는 게 아니죠.외국 것을 들여와 한국화해서 다시 역수출하는 것도 훌륭한 글로벌 전략입니다. 국내 메뉴를 그대로 중국에 가져간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중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지 않습니까. 중국은 우리보다 훨씬 앞선 음식 선진국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장은 중국 베이징대 출신 한족 2명을 데려와 연수를 시키고 있다.

이들을 중국 시장 진출의 전위대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미 LA에 미국지사도 개설했다.

지사장은 재미교포가 맡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일본식 도시락 브랜드 '홈벤토'를 선보였다.

불황의 장기화에 대비한 전략이다.

홈벤토는 창업비용 5천만원 이내,하루 매출 50만원,한 달 순익 4백만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홈벤토 가맹점 PC에는 주문자와 과거 주문내용,고객 취향 등이 주문 전화와 동시에 뜨는 시스템을 깔고 있다.

정보기술(IT) 기반의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장기 불황을 견뎌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연간 2회 전국 점주 교육을 강행하는 것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자는 인식과 비전을 본부와 점주가 공유하자는 취지에서다.

"프랜차이즈 본부는 사기업이면서도 공익성격이 가미돼 있습니다. 수많은 가맹점주들로부터 투자받은 것이기 때문이죠.가맹점주들이 대부분 실직자나 퇴직자인 걸 고려하면 본부가 상품 개발과 점주 교육을 게을리하는 건 악덕입니다. 단지 돈 벌 목적이라면 프랜차이즈 사업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본사(02)487-0404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