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이 빠진 뉴욕 증시가 다우지수를 10,000선 아래로 끌어내렸다.

앨런 그린스펀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낙관적인 경제 전망은 주가를 반나절도 지탱하지 못했다.

23일 다우는 9,962.22,나스닥은 1,849.09로 마감했다.

다우는 5주연속,나스닥은 4주 연속 내림세를 탔다.

다우가 10,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5월 중순 이후 처음.나스닥은 작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수세를 부추길 힘이 없었다.

잇따라 발표된 기업 수익이 20% 전후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월가의 기대치를 넘지 못한 데다 하반기 수익 전망도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은행의 수석투자담당인 케빈 배논은 최근의 경기동향과 관련,"경기 전망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없는 상태"라며 "경기확장세가 주춤거리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싼 맛에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주가가 좀더 떨어져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테러 불안감에서부터 인플레이션 우려,기업수익 증가율 둔화에 이르기까지 각종 악재를 털고 매수에 나서기 위해서는 가격 하락이 더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22,23일 의회 증언에서 경기둔화 우려를 부추긴 소비 둔화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한 때 주가를 끌어 올리는 결정적인 역학을 했다.

하지만 그린스펀 효과는 반나절도 견디지 못했다.

간판 기업들의 주가도 비틀거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분기 수익급증을 발표했지만 향후 판매가 5% 이하에 머물 것으로 전망,주가를 지탱하지 못했다.

코카콜라도 수익은 좋게 나왔다.

하지만 전세계 판매가 목표치였던 5%에 훨씬 못미치는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주가가 급락했다.

뉴욕 증시는 지난 2월께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트홀드 그룹의 앤드류 엥겔 선임분석가는 "투자자들은 강한 경제 회복과 높은 기업 수익에 대한 기대를 놓은 것 같다"며 "테러 우려 때문인지 긍정적인 전망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26일부터 29일까지 보스턴에서 열리는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겨냥한 테러 가능성이 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41∼42달러선을 유지,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투자자들의 경제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지표들이 집중적으로 발표된다.

우선 30일 발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 추정치가 주목을 끌 것 같다.

전문가들은 3.6%로 예상하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은 3.9%였다.

RBS 그리니지 캐피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브 스탠리는 3.3%로 예상했다.

이에 앞서 27일에는 컨퍼런스보드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와 6월 신규주택판매가,28일에는 6월 내구재수주 동향이 각각 발표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