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 화백이 작고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서울 부암동에 있는 환기미술관은 오는 10월 1일부터 "환기 30주기 기념전"을 갖는다.

이번 기획전은 그의 사후 열리는 회고전중 대표작만 모은 대규모 전시여서 벌써부터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 화백은 박수근 이중섭과 더불어 '트로이카'를 이루는 인기작가다.

산 달 백자를 소재로 한 구상작품에서부터 '점'을 탐구한 후기 추상작품에 이르기까지 색감과 조형의 미가 돋보이는 '시대를 초월한 그림'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30주기전은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를 주제로 김 화백이 뉴욕에 정착하던 1964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의 구상작(1부)과 뉴욕에 머물며 선보였던 후기 '점'시리즈의 추상작(2부)으로 나눠 열릴 예정이다.

1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61년작 '달 두개'를 비롯해 56년작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개인소장가),지난해 3월 뉴욕 크리스티경매에 출품됐던 40호 크기의 '백자항아리' 등 뉴욕 정착 이전에 제작된 구상 대표작 30점이 소개된다.

환기미술관이 구작(65년 이전 작품)을 별로 갖고 있지 못해 대부분 다른 미술관이나 개인의 소장품들이다.

특히 백자를 소재로 한 그림과 함께 백자 대호(大壺·달항아리)가 출품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박미정 환기미술관장은 "김 화백은 생전에 백자를 구입해 감상할 정도로 '백자 애호가'였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으로 건너간 달항아리를 수소문해 대호 위주의 백자 몇 점을 그림과 함께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부는 1970년에 제작된 '점화(點畵)'대표작의 제목을 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주제로 1천호가 넘는 대작 위주의 소장품 20여점과 뉴욕 아틀리에에 있는 유품들이 선보인다.

'점'시리즈는 60년대 유행했던 추상미술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지만 동양사상의 '무(無)'개념을 점을 통해 표현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환기미술관은 부인 김향안 여사의 노력에 의해 탄생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이다.

김 여사는 30주기전을 보지 못한 채 지난 2월 뉴욕 아틀리에에서 작고했다.

김 여사는 시인 이상과 김환기라는 두 천재예술가의 아내로도 유명했다.

박 관장은 "최근 유품을 정리하던 중 한지에 먹으로 그린 십자구도형의 2m가 넘는 대작이 발견됐다"며 "이번 30주기전에서 이 미공개작도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