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원자재난으로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화섬업계가 이번엔 '여수발 원자재난'으로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여수산업단지에 위치한 국내 최대 파라자일렌(PX) 생산업체인 LG칼텍스정유가 노조의 파업으로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국내 최대 테레프탈산(TPA) 생산업체인 삼남석유화학도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화섬업계가 원료 확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효성 코오롱 휴비스 등 화섬업체들은 삼남석유화학으로부터 TPA를 공급받아 폴리에스터를 생산해왔다.

게다가 TPA의 원료인 PX를 생산하는 LG정유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TPA가격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어서 화섬업계의 경영난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국내 TPA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삼남석유화학의 노조는 지난 21일 전면파업에 돌입,여수공장 4개 라인 중 1개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나머지 3개 라인도 관리직과 기술직 인력들이 임시로 돌리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효성 코오롱 휴비스 등 삼남으로부터 TPA를 공급받던 화섬업체들은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TPA의 20%를 삼남에서 가져오던 효성은 화학사업부문이 자체 생산,수출해오던 TPA 물량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끈다는 계획이지만 해외 바이어들의 양해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원료의 대부분을 삼남에서 받아오는 코오롱 김천공장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코오롱은 삼남석화 외에 다른 거래선인 KP케미칼에 수출물량을 우선 공급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KP케미칼은 "해외 고정 거래선과의 장기계약 때문에 국내로 돌릴 물량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휴비스는 아예 TPA의 대부분을 삼남석화에서 사다 쓰기 때문에 재고물량이 바닥나는 1주일 후까지 파업이 지속되면 공장을 세워야할 판이다.

LG정유의 파업으로 나프타 가격이 오른 데다 삼남석유화학마저 생산량을 줄이자 지난해부터 폭등하던 TPA 가격이 더욱 치솟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화섬업계는 원자재 구입난과 가격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