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 미국의 미라 브래드웰은 일리노이 주정부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거절당한 뒤 연방대법원에 제소했지만 "여성은 본질상 가정에 속하는 존재"라며 기각됐다.

컬럼비아 로스쿨의 하란 스톤 학장은 1927년 "내 시체를 넘기 전엔 여성은 로스쿨에 들어올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하버드도 50년까지 금녀지역이었다.

세상은 그래도 변하는 법.70년대 들어 미국 여성의 법조계 진출은 본격화됐고 81년 레이건 대통령이 샌드라 데이 오코너 판사를 첫 여성대법관으로 임명하면서 모든 벽은 허물어졌다.

바람은 세계로 불어 캐나다와 뉴질랜드에선 여성 대법원장이 선임됐고,일본에서도 94년에 이어 2001년 말 두번째 여성 최고재판관이 임명됐다.

국내에서도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됐다.

여성인 데다 40대라는 점에서 파격으로 여겨지지만 탁월한 실무능력에 신중한 성격과 섬세함을 겸비,법조계와 여성계 모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는 보도다.

가족법과 소년법 등 사회적 소수가 연관되는 부문에 조예가 깊은 데다 '안정과 여유'라는 덕목까지 갖췄다는 것이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14인.이 가운데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대법관 회의는 사법행정상 최고의결기관으로 판사 임명 동의,대법원 규칙 제정 등을 의결한다.

40세 이상으로 15년 넘게 판·검사·변호사로 일했거나 같은 자격을 가진 사람 중에서 임용된다.

임기는 6년이고 연임 가능하다.

판결이나 정책 결정에 각계각층의 입장을 이해하고 반영하자면 사시 합격 기수와 남성 위주로 이뤄져온 대법관의 구성과 성향 또한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오코너 판사는 임명될 당시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처음이자 마지막 여성대법관이 될지 모른다는 부담을 안았다고 털어놨거니와 김 판사의 마음 역시 가볍지 않을 것이다.

김 판사는 재판 때마다 당사자 말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 설득력 있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5남매 중 셋째로 문학소녀였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수더분하면서도 침착한 인상의 김 판사가 남성중심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법조계에 신선하면서도 합리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