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인 안마사가 보험사고를 당한 경우 기존의 시각장애를 기왕장해(기존에 갖고 있던 장해)로 판단해 본인 책임 비율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3부(최병덕 부장판사)는 25일 교통사고를 당한 시각장애인 안마사 임모씨(41)와 가족들이 가해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임씨의 수입손실과 치료비,위자료 등 총 8천3백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씨는 사고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로 4년 간 30%,무취증(냄새를 못맡는 증상)으로 정년까지 5%의 노동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된다"며 "안마사인 임씨를 임금구조 기본통계 조사보고서상 5~9년차 보건의료 준전문가로 보고 수입손실을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임씨가 사고 이전부터 양눈이 실명상태로 노동능력의 85%를 잃은 상태였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보험사 측 주장에 대해 "현행 규정상 시각장애인이 아니면 안마사가 될 수 없으므로 임씨에게 실명은 오히려 수입의 원천일뿐 아니라 실명이 안마사 직업수행에 장해가 되지 않아 기왕장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임씨는 99년 10월 전북 임실군 남악네거리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있다가 반대차선에서 마주오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충돌하는 바람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무취증 등 상해를 입고 치료를 받았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