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4시 지하철 노조 총파업 돌입,22일 지하철 노사협상 난항,23일 노조원 파업현장 이탈 가속화,23일 밤 11시 허섭 위원장 사퇴,24일 0시15분 새지도부 파업철회 선언.숨가쁘게 진행되던 서울지하철 노조의 파업이 '3일천하'로 끝났다.

정부의 직권중재 결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기(?)있게 밀어붙이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노조지도부는 파업대열에서 속속 이탈하는 조합원을 보면서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물리적인 힘을 앞세우면 모든 게 해결될 것으로 믿었던 지도부가 내부분열로 망신을 당한 셈이다.

그렇다면 조합원들은 왜 지도부의 파업에 반기를 들었을까.

무엇보다도 지도부가 무리한 요구를 내건 데다 충분한 협상없이 파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시민들은 노조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노조는 주5일제 도입에 따른 3천43명 신규인력 충원과 10%대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1인당 평균 연봉이 4천4백80만원이나 되는 지하철공사 조합원들이 두자릿수의 고율임금인상과 느슨한 교대근무제를 요구하는 것은 내몫만 챙기겠다는 집단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각 인터넷 사이트와 노조 홈페이지에도 노조의 '뻔뻔함'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실업자'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서울지하철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노조의 요구는 돈을 더 많이 받고 일은 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노동자가 아니라 부르주아 같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에 근무한다는 한 네티즌은 "당신들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쯤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쥐꼬리만한 임금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일자리에 삶을 기대고 있는 비정규직과 영세중소업체 근로자가 수백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철밥통'에 비교적 고임금을 자랑하는 지하철노조가 파업을 벌인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엊그제 지하철 조합원들이 파업대열에서 이탈한 것은 이제 우리노사현장도 무분별한 파업이 발붙이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이태명 사회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