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 또 논란] "성장과정 달라 비교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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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건설경기마저 급랭하는 조짐을 보이자, 한국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된 일본의 90년대 초와 유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최근엔 박승 한국은행 총재마저 "우리 경제가 90년대 이후 일본의 장기침체 때와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 '일본식 장기불황'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박 총재는 26일 한국능률협회 세미나에서는 "일본의 장기 불황은 자산 거품의 붕괴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며 관점을 바꿨고, 오가와 다카히라 S&P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도 최근 "두 나라 경제에 유사한 점은 거의 없다"고 말하는 등 한국의 일본식 불황 장기화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비슷한 한ㆍ일 불황패턴
한국이 일본의 90년대 초와 비교되는 첫 번째 이유는 '부동산 가격거품'에 있다.
일본은 지난 80년대 기록적인 호황기를 지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전례 없는 폭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책과 경기침체기가 맞물리면서 '소비·투자심리 위축→은행 부실채권 증가→기업부도 증가→내수위축 및 금융부실…'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잇따른 부동산 투기억제책으로 건설경기가 급랭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불황초기'가 서로 비슷한 셈이다.
경제구조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불황을 겪고 있다는 것도 한국과 일본의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
일본은 당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시기였고 한국도 최근 들어 기업들의 '엑소더스' 현상을 놓고 고민 중이다.
주력산업이 정보통신(IT) 등 첨단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성장이 고용이나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 것도 공통점이다.
○ "일본과 단순 비교는 무리"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일본형 장기불황에 접어 들고 있다는 판단은 성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일본은 90년대 중반부터 성장률이 장기 추세선에서 완전히 이탈한 반면 한국은 올해 성장률이 5%대에 이르는 등 여전히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거품의 갑작스러운 붕괴에 대한 우려도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은 84년부터 91년까지 8년간 부동산 가격이 평균 3.3배 상승한 반면 한국은 93~2003년 상승률이 평균 1.9배(서울 아파트 기준)에 그치고 주택담보비율도 일본(1백20%)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다.
물가 역시 3%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는 적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과잉채무나 금융시스템이 크게 개선된 것도 한국이 일본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과는 다르지만 신용불량자 등 한국만의 내부적인 취약성이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은 기초 경제력이 일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불황이 길어질 경우 대처할 능력이 없으며 이로 인해 일본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건설경기마저 급랭하는 조짐을 보이자, 한국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된 일본의 90년대 초와 유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최근엔 박승 한국은행 총재마저 "우리 경제가 90년대 이후 일본의 장기침체 때와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 '일본식 장기불황'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박 총재는 26일 한국능률협회 세미나에서는 "일본의 장기 불황은 자산 거품의 붕괴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며 관점을 바꿨고, 오가와 다카히라 S&P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도 최근 "두 나라 경제에 유사한 점은 거의 없다"고 말하는 등 한국의 일본식 불황 장기화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비슷한 한ㆍ일 불황패턴
한국이 일본의 90년대 초와 비교되는 첫 번째 이유는 '부동산 가격거품'에 있다.
일본은 지난 80년대 기록적인 호황기를 지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전례 없는 폭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책과 경기침체기가 맞물리면서 '소비·투자심리 위축→은행 부실채권 증가→기업부도 증가→내수위축 및 금융부실…'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잇따른 부동산 투기억제책으로 건설경기가 급랭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불황초기'가 서로 비슷한 셈이다.
경제구조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불황을 겪고 있다는 것도 한국과 일본의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
일본은 당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시기였고 한국도 최근 들어 기업들의 '엑소더스' 현상을 놓고 고민 중이다.
주력산업이 정보통신(IT) 등 첨단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성장이 고용이나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 것도 공통점이다.
○ "일본과 단순 비교는 무리"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일본형 장기불황에 접어 들고 있다는 판단은 성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일본은 90년대 중반부터 성장률이 장기 추세선에서 완전히 이탈한 반면 한국은 올해 성장률이 5%대에 이르는 등 여전히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거품의 갑작스러운 붕괴에 대한 우려도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은 84년부터 91년까지 8년간 부동산 가격이 평균 3.3배 상승한 반면 한국은 93~2003년 상승률이 평균 1.9배(서울 아파트 기준)에 그치고 주택담보비율도 일본(1백20%)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다.
물가 역시 3%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는 적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과잉채무나 금융시스템이 크게 개선된 것도 한국이 일본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과는 다르지만 신용불량자 등 한국만의 내부적인 취약성이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은 기초 경제력이 일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불황이 길어질 경우 대처할 능력이 없으며 이로 인해 일본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