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개인과 기관은 떠나고 외국인은 팔짱만 끼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매수주체가 모두 코스닥을 외면한 탓에 지수는 수직 하강,사상 최저수준까지 내려왔다.

벤처열풍이 뜨겁던 지난 2000년 3월10일의 2,834.4포인트(현지수 체계로 환산)에 비하면 거의 8분의1수준까지 급락했다.

올들어 지수단위를 10배로 상향조정하고 우량기업 30개로 구성된 '스타지수'도 만들었지만 매수주체와 모멘텀,주도주가 없는 '3무'(無)장세 앞에선 모든 노력이 '백약 무효'가 됐다.

◆매수 세력이 없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15일과 16일연중최저치를 깬데 이어 22일과 23일에도 연중최저 기록을 갈아 치웠고,이날 끝내 사상최저치도 경신했다.

코스닥 침체의 첫번째 원인은 수급악화다.

주식을 살만한 세력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코스닥의 주요 매수세력이었던 개인의 이탈이 치명타다.

지난 99년부터 작년까지 연간 단위로 5년 연속 순매수에 나섰던 개인이 올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개인은 올들어 지난 23일까지 9천3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매도에 가담,4천억원 가량을 팔았다.

외국인은 1조5천억원 이상을 순매수했지만,최근 들어 미국 증시 약세와 정보기술(IT)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은 '파는 세력'만 남고 '사는 세력'은 실종 상태다.

자연히 코스닥의 체력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종전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던 작년 3월17일(346.40)만 해도 코스닥의 거래대금이 5천4백56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그 때의 70%를 밑도는 3천7백억원이었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4천5백50억원에 불과했다.

△4월 9천7백70억원 △5월 7천5백70억원 △6월 5천5백60억원 등 달마다 격감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

코스닥 침체 현상은 누적된 악재의 결과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당분간 반등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다.

매수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액정표시장치 휴대폰부품 등 코스닥의 이른바 'IT 3인방'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거래소의 삼성전자와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없는 점도 코스닥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7조8천억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꼬인 수급여건과 위축된 투자심리를 감안할 때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제와 IT경기의 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하반기 기업실적 부진 전망 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저가 메리트가 부각될수는 있지만 극도로 취약한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저가매수세 유입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