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고도(古都) 경주의 관광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고 있다.

이는 지역경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장기 체류형 관광객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본격적인 주5일 관광특수를 맞아 국내외 관광객을 흡입할 관광경쟁 인프라도 문화재를 제외하면 다른 도시에 비해 크게 열악한 상태여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사실은 26일 경주시가 한국 문화관광 정책연구원에 의뢰한 '경주 역사문화도시 만들기' 용역 중간보고서에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주지역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76∼ 89년에는 연평균 13% 증가했으나 90년 이후에는 해마다 평균 0.3% 감소했다.

내국인 관광객도 76년부터 98년까지는 연평균 8% 증가했지만 99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0.6% 줄어들었다.

특히 전체 관광객중 외국인 점유율이 5∼7%에 그친 반면 수학여행객이 40% 이상인 데다 당일 관광객이 늘어난 것 등이 경주관광의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지난 2002년 53만여명에 달했던 외국인 관광객은 2003년 들어 3만여명이나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장기체류형이 아니라 경주를 다른 관광상품과 연계해 잠시 체류하는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관광객 입장에서 경주는 역사문화유산의 복원과 연출이 지연됐고 해설체계가 미흡해 신라 고도를 종합적으로 경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이로 인해 장기체류형 관광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경주 지역주민과 상인 입장에서도 "'경주는 너무 관광객에 치우쳐 있다'고 느낄 만큼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이 부족하며 관광성수기 때 교통체증만 되풀이될 뿐 보문단지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면 관광산업이 주민소득에 큰 보탬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연구원 측은 "90년대 후반 이후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관광개발에 나서고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 경주관광의 매력이 감소했다"면서 "이에 따라 관광객 증가율 정체, 지역경제 침체, 주민 불만 고조 등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진단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