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 정보통신부 장관minister@mic.go.kr >

필자가 민간기업의 CEO로 있으면서 가장 절실히 느꼈던 점 중의 하나는 '기회선점',즉 '준비경영'의 중요성이다.

메모리반도체를 예로 들어보자.한 세대 메모리 칩이 집적도가 4배이고 성능과 원가 면에서도 뛰어난 다음 세대로 옮겨가는 데에는 거의 3년이 걸린다.

이 시점을 놓치지 않고 먼저 제품을 내놓으면 시장을 석권하고 엄청난 이익을 내지만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생존까지 위협받는다.

대부분의 IT산업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와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남보다 기술과 제품을 먼저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기 위해 엄청난 인적·물적 투자를 한다.

CEO가 준비경영을 소홀히 해 경쟁에 뒤지고 결국 회사가 퇴출되는 사례도 종종 보게 되는데,이는 비단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요즘 필자를 포함한 정보통신부 전 직원들은 'IT839 전략'을 실천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IT839 전략'은 경쟁국보다 한발짝 앞서 8대 서비스를 도입·활성화해 3대 인프라(망) 투자를 유발시키고 9대 IT신제품을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말한다.

IT산업에서는 독특하게도 통신·방송서비스가 시작되면 각종 단말기나 소프트웨어(SW)가 연쇄적으로 개발돼 산업화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성향이 있다.

정부는 신규 서비스와 기반기술 도입 및 초기 시장 창출로 이 메커니즘의 시작과 원활한 작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초기 리스크를 줄이고 향후 인프라를 포함한 대단위 투자를 해 산업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치사슬도 남보다 먼저 시작하고 모든 실행 주체가 각기 경쟁력을 갖출 때 선순환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아울러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함께 대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는 2010년까지의 IT산업육성 마스터플랜인 'IT839 전략'을 입안해 매주 그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중소기업·대학·연구소 등 실행 주체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 연구개발(R&D) 유치를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IT 허브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소득 2만달러를 조기에 달성하고,나아가 3만∼4만달러 시대를 위한 '준비경영'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