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내놓을 만한 브랜드가 많지 않다.

하지만 세계 어디를 가도 휴대폰은 한국산이 명품 대접을 받는다.

특히 삼성 휴대폰(아시아에선 '애니콜')은 자타가 인정하는 명품으로 자리잡아 벤츠(자동차),까르티에(시계),프라다(가방)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어깨를 겨루는 정도가 됐다.

노르웨이에서 발간되는 일간 '아프텐포스텐'은 휴대폰을 자동차에 비유한 기사에서 '삼성 휴대폰(모델명 E700)은 벤츠'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삼성뿐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LG전자의 카메라폰(VX6000)은 경제전문지 포천으로부터 '주머니속의 보석(pocket jewelry)'이란 호평을 받았다.

세계 최초로 광학줌을 적용한 팬택앤큐리텔의 2백만화소 카메라폰(S4)도 주목받고 있다. 이제 세계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빅3'의 무대가 되고 있다.

브랜드 가치는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시장조사기업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휴대폰 판매가격은 평균 1백94달러였고,경쟁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가격은 각각 1백58달러와 1백41달러였다. 삼성 제품이 고가품 또는 명품으로 대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처음부터 브랜드 가치에 초점을 맞춰 가격정책에서 '원가+마진'이란 단순 공식을 벗어나 적정 가격은 '원가+소비자가 인정하는 가치(perceived value)'란 관점에서 사업을 전개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부여하는 '+α' 부분이 다름아닌 브랜드 파워라는 설명이다.

LG전자와 팬택계열도 최근 들어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카메라폰이나 3세대(3G)폰 등 고가 휴대폰을 수출하면서 '몸값'을 올리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 초만 해도 단말기 평균 판매가격이 1백50달러대였으나 2분기부터 대당 3백달러가 넘는 3G폰을 공급하면서 단가가 높아지고 있다"며 "2분기 판매가격은 평균 1백67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애니콜의 성공 신화는 명품 마케팅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대중적인 명품 이미지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매스티지(Masstige)' 전략을 펼쳤다. 수십억원짜리 스포츠카나 요트는 엄두를 못내도 소지품 정도는 조금만 무리하면 누구나 명품을 살 수 있다. 휴대폰은 당연히 '매스티지족'의 선호 품목이다. 애니콜이 타 브랜드보다 비싸도 잘 팔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작년 말 이반 디보스 페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삼성전자에 보낸 편지는 상류층의 로열티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모나코 왕세자 일행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갔다가 도로에 떨어뜨린 삼성 휴대폰을 차가 밟고 지나갔는데도 고장나지 않아 일을 제대로 마쳤다는 감사의 글이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