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시집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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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년 '사상문예운동'에 '우수(雨水)' 등 6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김태정 시인(41)이 첫 시집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창비)을 펴냈다.
시인은 중심을 거부하고 주변부의 삶을 선택한 자의 고독과 슬픔을 개성 있는 시어로 표현해 낸다.
'산그늘 허물어지는 정거장'에 내려 '가풀막진 그림자 허방지방 올라야' 도착하는 '까치집'에 살면서 '휘이청 기울어지는 한세상을 돌아 다시 어깨를 마주하는 낮은 지붕들' 아래에서 시를 짓는다.
이런 신산한 삶의 고통을 체험하면서도 시인은 자본주의와 물질세계로의 편입을 완강히 거부한다.
가난은 시인에게 궁핍이 아니라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몇주째 견뎌오던 보릿고개를 박차고 일어나 다시/밥이 되고 공과금이 되고 월세가 될 글을 쓴다…궁핍이 나로 하여 글을 쓰게 하니/궁핍이 글로 하여 나를 살게 하니/가난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조력자인가'('궁핍이 나로 하여' 중)
중심을 이탈한 시인의 마음은 서울을 떠나 해남 땅끝마을로 향한다.
현재 시인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씌어진 시들은 서울살이의 안간힘을 보여주는 다른 시들과 달리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
'그리운 한 생애가/잠시 내 손등에 앉았다가 포르르/새처럼 날아간 거라고/땅끝 바다 시린 파도가 잠시/가슴을 철썩이다 가버린 거라고……/스님의 목소리는 어쩐지 발밑에 바스라지는 낙엽처럼 자꾸만/자꾸만 서걱이는 것이었는데…차마 다 터뜨리지 못한 울음처럼/늙은 달이 온몸을 밀어올리고 있었습니다'('미황사(美黃寺)' 중)
노향림 시인은 "풍자와 은유를 적절히 교접시킨 그의 시는 아무리 긴 시라도 짧은 듯 끝까지 놓지 않고 읽게 만든다"며 "삶의 안간힘 끝에 문득 찾아오는 환하고 쓸쓸한 꽃바구니 같은 시"라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시인은 중심을 거부하고 주변부의 삶을 선택한 자의 고독과 슬픔을 개성 있는 시어로 표현해 낸다.
'산그늘 허물어지는 정거장'에 내려 '가풀막진 그림자 허방지방 올라야' 도착하는 '까치집'에 살면서 '휘이청 기울어지는 한세상을 돌아 다시 어깨를 마주하는 낮은 지붕들' 아래에서 시를 짓는다.
이런 신산한 삶의 고통을 체험하면서도 시인은 자본주의와 물질세계로의 편입을 완강히 거부한다.
가난은 시인에게 궁핍이 아니라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몇주째 견뎌오던 보릿고개를 박차고 일어나 다시/밥이 되고 공과금이 되고 월세가 될 글을 쓴다…궁핍이 나로 하여 글을 쓰게 하니/궁핍이 글로 하여 나를 살게 하니/가난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조력자인가'('궁핍이 나로 하여' 중)
중심을 이탈한 시인의 마음은 서울을 떠나 해남 땅끝마을로 향한다.
현재 시인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씌어진 시들은 서울살이의 안간힘을 보여주는 다른 시들과 달리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
'그리운 한 생애가/잠시 내 손등에 앉았다가 포르르/새처럼 날아간 거라고/땅끝 바다 시린 파도가 잠시/가슴을 철썩이다 가버린 거라고……/스님의 목소리는 어쩐지 발밑에 바스라지는 낙엽처럼 자꾸만/자꾸만 서걱이는 것이었는데…차마 다 터뜨리지 못한 울음처럼/늙은 달이 온몸을 밀어올리고 있었습니다'('미황사(美黃寺)' 중)
노향림 시인은 "풍자와 은유를 적절히 교접시킨 그의 시는 아무리 긴 시라도 짧은 듯 끝까지 놓지 않고 읽게 만든다"며 "삶의 안간힘 끝에 문득 찾아오는 환하고 쓸쓸한 꽃바구니 같은 시"라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