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1> 네. 이슈 추적 코너입니다. 요즘 중견 단말기업체들의 상황이 말이 아닙니다. 어제는 중견 단말기 업체중 선두주자였던 텔슨전자가 화의신청후 부도에 들어갔는데요. 그 배경과 영향 등에 대해 취재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박성태 기잡니다.

박 기자, 어제 텔슨전자가 부도가 나서 시장에 충격을 줬는데요. 이것부터 설명을 해주시죠.

기자-1> 네. 텔슨전자는 어제 서울 중앙지법에 화의 신청을 냈습니다. 화의는 채권 채무가 동결된다는 점에서는 법정관리와 같지만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계속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릅니다.

텔슨전자가 화의를 신청한 것은 밀려오는 채무상환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이 나서서 일정기간 유예해 달라는 것이었는데요.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결정이 있기 전인 어제 화의신청후 바로 국민은행에 돌아온 19억원의 약속어음을 막지 못해 결국 부도처리됐습니다.

텔슨전자는 부도와 화의신청 등으로 등록취소 사유가 발생했고 오는 29일까지 거래가 정지된 뒤 그 뒤에 정리매매에 들어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습니다. 화의신청에 대한 결과는 법원의 실사후 약 한달뒤 나올 전망입니다.

앵커-2> 텔슨전자,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우량 중견기업으로 불려졌던 회사인데요.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습니까?

기자-2> 네. 지난 2001년이었죠. 텔슨전자는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에 OEM으로 휴대폰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해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동통신 단말기 업계의 기업분석가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실제 노키아가 한국 시장 진입에 실패하면서 텔슨전자가 노키아에 납품한 것은 미미했지만 세계 1위 업체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지난해부터 급반전됐습니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등으로 침체된 내수시장 탈피를 위해 중견 단말기 업체들이 유일한 탈출구로 여겼던 중국 시장이 사스 여파로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하반기 들어서면서 사스 여파가 가라앉기는 했지만 이제는 정작 중국의 단말기 업체들과의 경쟁이 극심해졌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견업체로서 텔슨전자는 시장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지난 2002년 4천400여억원 매출에 222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던 텔슨전자는 결국 지난해는 3천400억원 매출에 192억원의 영업적자로 크게 실적이 악화됐으며 올 1분기에는 고작 360억원 매출에 그쳤습니다. 급격한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차입금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화의신청, 부도를 맞게 됐습니다.

앵커-3> 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지만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던 촉망받던 중견기업이 불과 2년만에 부도가 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은데요. 문제는 최근 세원텔레콤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문제가 텔슨전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중견 단말기 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점인데요?

기자-3> 그렇습니다. 이미 지난 5월 한때 코스닥 최대 수출업체였던 세원텔레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세원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5천5백억원을 기록한 중견 업체인데요. 역시 과당경쟁으로 1천억원 넘는 적자를 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불과 2년전까지만 하더래도 촉망받던 중견 휴대폰 업체였는데요. 중견 휴대폰 업체의 위기는 비단 이들 업체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는 상장기업이었던 스탠더드텔레콤이 법정관리로 퇴출됐고 비상장기업이긴 하지만 성장세가 가파랐던 벨웨이브도 최근 회사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SK텔레텍으로의 M&A 논의가 진행중입니다.

이외에 상장 등록업체로는 휴대폰 개발업체에서 제조로 선회했던 기가텔레콤이 역시 지난해 시장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적자전환했습니다. 맥슨텔레콤 역시 적자폭을 줄이긴 했지만 역시 지난해 적자였고요. 중견 제조업체로서는 VK가 내수시장 진출에 힘입어 지난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텔슨, 세원과 함께 중견 단말기 업체 3인방을 형성했던 팬택만이 큐리텔 인수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지금은 중견이라기 보다는 대형 업체로서 분류돼 중견 휴대폰 업체의 위기에서 조금이나마 떨어져 있습니다.

앵커-4> 이처럼 휴대폰 업체의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4> 네. 쉽지는 않았겠지만 시장 다변화에 성공하지 못했던 점이 위기의 첫째 원인입니다. 내수시장이 침체되면서 유일한 탈출구였던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극심해졌는데요. 지금은 중국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닝보버드, 그리고 유력 메이커인 TCL, 콩캉 등은 불과 2-3년전만 하더래도 국내 세원텔레콤이나 텔슨전자 등으로부터 휴대폰을 납품 받아 단순 제조하던 업체들이었습니다.

당시 국내 중견업체들이 무분별한 중국 진출을 시도하면서 이들 중국업체들과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곤 했는데요. 결국 이들 업체에게 기술만 이전해주고 시장을 뺐긴 결과가 됐습니다. 닝보버드 등은 중국 정부의 시장 보호정책과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내 중견 업체들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중국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결국 단가 경쟁으로 내몰리게 됐고 이 와중에 브랜드 인지도가 없고 부품 구매력 등에서 밀리는 중견 업체들이 모두 위기에 빠졌습니다.

원래 휴대폰 제조라는 것이 대부분의 부품을 구입해 사용하기 때문에 마진율이 높지 않습니다. 세계 3위인 삼성전자가 20%가 넘는 영업이익률로 이익률 측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우량하며 5위인 LG전자만 하더래도 휴대폰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5%대로 떨어집니다. 팬택앤큐리텔 역시 이익률이 4% 내외로 낮습니다.

대규모 부품 구입이 용이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신제품 출시가 빠르게 이어지는 대형 업체들의 마진율이 이정도라면 기껏 OEM 제조에 부품 구매의 바잉 파워도, 신제품 라인업도 늦어지는 중견업체의 이익률은 극히 미미합니다. 이런 업체들에 있어서 매출의 일부 감소는 곧바로 위기로 닥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예전에는 국내 이동통신업체의 일부 기획 물량을 배정받아 개발해왔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각 이동통신사가 SK텔레텍이나 KTF테크놀로지, LG전자 등 계열의 단말기 제조업체에서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중견 업체로서는 숨쉴 곳 자체가 없어져버렸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세계 휴대폰 시장 자체가 단가 경쟁, 신제품 경쟁 등으로 경쟁 자체가 보다 더 격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가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단가 인하를 단행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중견업체들의 시장은 다르기는 하지만 국내 시장이나 틈새 시장들도 국내 이동통신 계열회사, 그리고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국내 시장 자체도 앞으로는 중견 업체들로서는 SK텔레텍, KTFT 등 이동통신사 계열회사들로만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5> 네. 박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