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가 26일 오후 4시(한국시간 27일 오전 5시) 보스턴 플리트센터에서 개막됐다.

민주당은 대회 3일째인 28일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51·노스 캐롤라이나)을 부통령 후보로,마지막날인 29일에는 존 케리 상원의원(61·매사추세츠)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한다.

민주당은 지미 카터,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5천여명의 대의원과 1만5천여명의 국내외 귀빈 등이 참석한 이날 대회에서 △연 소득 20만달러 이상의 부유층에 돌아간 감세혜택 철폐와 △국내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감세 △기존 국제무역협정의 재검토 △어린이 의료지원 전면확대 △테러전에서의 국제협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정강정책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존 6자회담 외에 북·미 양자회담을 통한 포괄적 협상을 내세웠다.

◆새로운 미국을 위한 단결=2000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2000년 대선은 두 가지 교훈을 일깨워주었다"면서 "하나는 대법원이 대통령을 뽑지 않도록 모든 표가 제대로 세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대선 결과가 전 국민과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라고 부시 대통령을 공격했다.

부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소개로 등장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의원들을 향해 "여러분의 부담으로 나 같은 사람들이 세금감면 혜택을 받았다"며 부유층에 치우친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공격했다.

특히 이날 대회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부시 현 대통령의 실패한 외교정책의 산물로 집중 부각됐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핵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보다 더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이라며 "그런 위협이 통제되지 않고 진행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불길한 결과를 초래할 소지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 행동과 요구는 미국을 대테러전에서 힘을 합쳐야 할 국가들로부터 고립시켰다"면서 외교상의 독선과 오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막상막하의 선거전 예상=최근 워싱턴 포스트와 ABC뉴스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케리 의원은 부시 대통령에게 46% 대 48%인 2%포인트 차로 다시 뒤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권자의 54%는 경제,이라크 문제,테러 전쟁과 관련한 케리 의원의 입장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케리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미 CNN방송과 USA투데이 갤럽 조사에서는 부시 대통령과 케리 의원이 이번 대선 향방을 가름할 플로리다 오하이오 미주리 등 3개주에서 아직 백중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내달 전당대회를 앞둔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대회기간 중 선거운동을 자제하는 전통적 관례에 따라 일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전날인 25일 텍사스주 크로포드의 목장으로 휴가를 떠났다.

부시 대통령은 모든 정치 광고도 중단했다.

보스턴(미국)=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