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대규모로 매수한 바로 다음날 대량매도로 돌변하고 다시 재매수에 나서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지그재그식 매매행태가 10여일째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27일 선물시장에서 1천8백11계약을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오후 2시까지 7천계약이 넘는 대규모 순매도 공세를 펼치다 장마감 한 시간을 앞두고 5천계약 이상을 사들여 극심한 단타성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같은 매매행태는 지난주부터 본격화됐다.
외국인들은 지난 19일 7천5백55계약을 사들이더니 20일은 8천49계약 매도로 돌아섰고 다음날인 21일에는 5천5백20계약을 매수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매매패턴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이제까지의 매매행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 5천계약을 웃도는 대규모 순매수나 순매도를 하고 나면 적어도 3∼4일은 그 방향으로 포지션을 유지하며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추세를 보여왔었다.
이에 따라 주식 현물시장도 외국인들의 선물 포지션에 맞춰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종잡을 수 없는 선물매매 행태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선물시장 포지션이 현물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선행지표로서의 역할도 거의 미미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외국인이 단타에 치중하는 이유는 향후 추세에 대한 자신감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재훈 연구위원은 "현물시장 주가가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는 움직임을 보이자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도 선물가격 95∼98포인트 사이의 등락을 이용한 단타매매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도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고민하기보다 24시간 열리는 나스닥 선물의 움직임에 맞춰 그때 그때 포지션을 바꾸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정작 이같은 지그재그식 단타매매를 통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국인이 대규모 매수를 한 다음날은 주가가 빠지고,대량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나면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균 연구위원은 "요즘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장세 적중률은 20∼30%에 불과해 증시에서의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외국인마저 단타에 치중함에 따라 선물시장이 보다 더 투기장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신증권 천대중 연구위원은 "선물거래의 20% 정도를 담당하는 외국인 중 절반 정도는 장을 길게 보고 매매하는 헤저(hedger) 성격의 포지션 트레이더였는데 이들이 손을 놓으면서 투기거래자(speculator)만 남아 단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