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투자부진 등으로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은행 등 주요 경제분석 기관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한 바 있다.

그렇지만 정부와 여당은 현재의 심각한 투자 부진 현상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재의 투자 부진 현상에 대해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적절한 해결책을 서둘러 준비하지 않을 경우 우리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들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현재의 투자부진은 경기순환적 성격을 넘어 구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율은 95년 14.1%,2000년 12.8%,2002년 10.4%에서 급기야 2003년에는 9.5%까지 하락했다.

거시경제이론에 따르면 투자부진이 지속되면 생산능력 감소→생산감소→소득감소→고실업과 소비감소→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최근 들어 투자가 부진한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수출과 투자간의 연결고리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2002년 이래 수출 확대가 지속되고 있으나 오히려 투자는 부진하고 고용 및 소비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IT품목 중심의 수출확대는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다.

GDP 대비 IT산업 비중은 2001년 9%에서 2004년 1·4분기 12.4%로 확대됐음에도 제조업 종사자수 중 IT산업 종사자수는 동기간중 14.3%에서 14%로 오히려 하락했다.

둘째, 국내시장의 매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임금,높은 공단분양가 등으로 국내 입지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2002년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지수는 100.8로 대만(78.6)은 물론 일본(82.1) 미국(99.6)보다 높다.

거기다 IMD의 조사에 의하면 노사관계 경쟁력은 6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셋째, 신성장동력 등 투자대상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기존 주력산업들은 과잉설비로 투자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산업과 석유화학제품은 여전히 전세계적인 공급 과잉이고 반도체도 2006년에는 다시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10대 성장동력산업중 홈네트워크,차세대자동차,바이오 신약,지능형 로봇 등은 시장조차 형성되지 못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정신이 상당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기업부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과 책임이 추궁되는 환경에서 기업들의 모험투자는 불가능하다.

또 대다수 기업들이 외국인의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되면서 경영권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금년 6월말 현재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43.6%(시가 기준)이고 국내 10대 그룹 상장법인 인수에 필요한 비용은 GE 시가총액의 21.6%인 79조4천억원에 불과하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반기업 정서도 기업가 정신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2001년 액센추어 조사에 따르면 각국의 CEO들이 느끼는 반기업 정서에서 우리나라는 22개국중 1위를 기록했다.

대한상의와 한국갤럽의 2003년 5월 조사에서도 국민 절반 이상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투자 촉진책은 기업과 시장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것이다.

정부는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투자환경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노사문제에 대해 중립적 자세를 견지하면서 불법 노동쟁의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

대기업의 경영구조를 선악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경쟁력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기준에 벗어나는 공정거래정책의 정비와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출자총액제한,경영자 배상책임 규정을 정비해 투자마인드를 복원시켜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대폭 완화하되 일정규모 이상의 출자를 공시하게 하는 등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기업정서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개혁도 가능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

기업은 더 이상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창출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기업부실과 불법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제재를 가하되 기업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의견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