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조영길 국방장관이 물러났다.

청와대는 28일 후임에 윤광웅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임명했다.

지난 14일 북한 함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건이 있은 지 2주일만이다.

육군 이등병에서 출발,합참의장을 거쳐 군 최고책임자 자리에까지 오른 조 전 장관은 "군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참여정부 장관직을 맡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했다.

이보다 앞서 박승춘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도 보직해임됐다.

3성 장군인 그는 자진 전역의사를 밝혀 군인으로 최소한의 명예를 지켰다고 하나 불명예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밖에 김성만 해군작전사령관(중장) 등 다수의 장성과 장교들이 경고를 받았다.

'NLL사건'과 관련,장관 및 3성 장군 퇴진 등을 지켜본 군 주변 인사들은 이번 사태가 총성만 울려퍼지지 않았지 '제2의 서해교전'에 다름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손도 안대고 코풀었다"며 농반 진반의 우스갯소리도 한다.

꽃다운 청춘을 서해에 묻어야 했던 2년 전 서해교전에서처럼 또한번 북한에 보기좋게 한방 먹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번 '서해교전'이 2년 전에 비해 더욱 심각한 것은 적과의 싸움이었다기보다 '내전'이었다는 데 있다.

사건 초기 청와대와 여권의 서툰 과민대응에서부터 지금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가정체성 논란에 이르기까지 국론분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기가 땅에 떨어진 군은 군 나름대로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정치권과 군에 대한 신뢰감을 많이 잃은 듯하다.

윤 신임 국방장관이 할 일은 "이같은 사태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전임 장관의 충고를 거울삼아 제3,제4의 '서해교전'을 막는 것이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