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무기력증에 빠졌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시장 자체에 대한 구조적인 불신까지 겹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증권거래소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시장 종합지수는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상승 소식에 비교적 큰 폭 반등세를 보였으나 반등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상승폭을 상당 부분 까먹거나 하락 반전했다.

악재에는 민감해지고 호재에는 둔감해지는 약세장의 전형적인 현상을 드러냈는데 시장 체력인 수급 호전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기술적 반등도 힘에 겨워

28일 새벽 끝난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경기회복 기대감에 주가가 비교적 큰 폭올랐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2.22포인트(1.24%) 오른 10,085.14에 거래를 마치며 1만선을 회복했다.

나스닥지수는 30.08포인트(1.64%) 오른 1,869.10에 거래를 끝냈고 스탠더드 앤푸어스(S&P) 500지수도 10.76포인트(0.99%) 오른 1,094.83에 장을 마감했다.

컨퍼런스보드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6.1로 전달 수정치 102.8에 비해 3.3포인트 상승,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투자심리를 안정시킨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날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미 증시 상승 소식에 전날보다 8.51포인트오른 747.02로 출발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후퇴, 반등폭을 많이 까먹어 결국전날보다 5.91포인트(0.80%) 오른 744.42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은 더욱 심각했다.

이틀 연속 사상최저치를 갈아치운 코스닥지수는 3.62포인트 오른 345.12로 출발했으나 향후 전망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확대되면서 점점 뒤로 밀린 끝에 결국 전날보다 1.40포인트(0.40%) 하락한 340.10으로 마감됐다.

이로써 3일 연속 사상최저치 기록을 세우며 투자자들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반등 분위기를 유지하지 못한 데에는 극도로 위축된 시장 체력에 아무런 개선의 기대 전망이 더해지지 않은 까닭이 크다.

이날 거래소 거래대금은 오후 3시 현재 1조4천억원대로 1조2천억원대에 그쳤던직전 이틀보다는 조금 늘어난 수준이지만 지난 주의 1조5천∼1조9천억원대 수준에는크게 못미친다.

코스닥시장도 전날과 비슷한 4천600억원대에 불과했다.

◆실적회복 징후 드러나야 의미있는 반등 가능 전망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나스닥의 경우 최근 계속 하락하다 반등세로접어든 것이나 국내 증시는 오랜 기간 침체기를 맞아 박스권에서 정체된 상태이므로미국 시장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을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의 무기력한 장기 박스권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정보기술(IT) 기업 등 상장.등록기업들의 실적이 지난 2분기를 정점으로 하반기부터 하강할 수 있다는 우려와내수 회복에 대한 확신도 없고 수출 성장세도 언제 꺾일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적어도 3분기 기업 실적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 국내 증시는 방향을잡지 못하고 지금처럼 횡보할 것으로 본다"며 "그 사이 8월께 지수는 680~700선 정도까지 더 떨어진 뒤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코스닥시장은 거래소나 해외 증시의 움직임에 상관없이 회복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은 "시장 에너지가 매우 취약한 가운데 종합주가지수가 계속 750선 이상에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에너지 고갈은 기본적으로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시장을 주도한 외국인의 공백을 국내 투자자들이 메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연착륙이 확인되고 기업들의 실적이 4분기 이후 다시 살아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가 나타날 때 비로소 투자자들이 증시로 다시 눈을 돌릴 것"이라며"그 전까지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신호경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