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시장상황 악화에 따른 버블 붕괴등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1998년 미국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입힌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때와 현재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와관련 "수익률 저하등 헤지펀드 산업의 과열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LTCM 파산 때와 유사점=올 1분기 중 헤지펀드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사상 최대인 3백8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MIT대의 금융학 교수인 앤드루 로는 헤지펀드로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일종의 시장혼란이 야기돼 LTCM사태와 유사한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LTCM사태란 6년 전 월가 최고의 트레이더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이 만든 헤지펀드 LTCM이 당시로서는 생소한 과학적 투자기법으로 엄청난 고수익을 올리다가 잘못된 시장예측으로 일순간에 몰락한 사건을 말한다.

이로 인해 펀드에 투자했던 대형은행들이 연쇄파산 위기를 맞으며 금융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미 당국은 당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36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현재의 상황에서 LTCM사태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지금이 당시와 경제환경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은 불안정하고 금리는 오르는 추세인데다 미국 경제의 빚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뉴욕 헤지펀드 컨설팅회사인 헤네세그룹의 찰스 그라단테는 "현재 98년의 LTCM과 같은 헤지펀드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계가 LTCM의 경험을 통해 충분한 교훈을 얻었으며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웬만한 충격을 견딜 만큼 튼튼해졌다는 것이다.

◆파생상품 투자비중 확대로 위험성 늘어=헤지펀드 투자의 위험 중 하나는 차입금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차입금을 쓰면 시장상황이 좋을 땐 고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그만큼 대형 손실의 위험성도 크다.

지난해 헤지펀드의 자산 대비 차입자본(leverage) 비중은 1백41%였다.

자산 1백달러당 1백41달러를 은행으로부터 빌렸다는 뜻이다.

강세장이 한창이던 지난 99년의 1백59%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헤지펀드들이 복잡한 구조의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통한 차입을 늘리면서 실제 부채 규모와 투자위험성을 파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헤지펀드 회사인 로커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로커는 "파생상품 거래의 문제점은 내부자가 아니면 거래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위험 불구 수익률 급락=헤지펀드 산업의 급격한 팽창이 금융위기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헤지펀드의 낮은 수익률은 명백하게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CSFB 트레몬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치인 11%에 크게 밑도는 수치다.

FT가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상대로 실시한 비공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연 5%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도 지난 5월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투자자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지펀드들이 우후죽순 늘면서 막대한 자금이 비슷한 투자전략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헤지펀드의 최대 매력인 고수익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