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소위 '개발연대'라고 하는 1960∼70년대에 형편없이 망가졌다.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유장하게 흐르기만 하던 한강 주변에는 판자촌이 줄지어 들어섰고,수많은 소규모 공장들이 가동되면서 한강의 오염은 날로 심각해져만 갔다.

뿐만 아니라 돼지 소 닭을 키우는 축산농가들 때문에 홍수가 지면 가축들이 수난을 겪었고 집들이 통째로 떠내려가기 일쑤였다.

산업개발에 밀려 돌볼 여유조차 없었던 한강은 80년대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정비되기 시작했다.

둔치를 만들고 수질개선을 하는 등의 각종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한강의 옛 모습을 되찾고 아울러 강의 기능을 되살리자는 것이었음은 물론이다.

강물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잠실의 수중보가 만들어진 것도 이 때였다.

그런데 한강의 생태계가 회복되면서 수중보가 걸림돌로 등장했다.

둑 상류와 하류의 수위차가 3.3m여서 물고기가 왕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계단식 물고기 길(魚道)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몸집이 크고 힘이 센 강준치와 어치 만이 오갈 정도라고 한다.

마침내 서울시가 1백19억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2006년 상반기까지 완만한 경사의 물고기 길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어도가 만들어지면 강하류에 서식하는 숭어 웅어 등이 자유롭게 상류로 올라가 미사리나 팔당댐 아래에 있는 여울과 소,모래톱에서 편안한 서식처와 산란처를 얻게 될 것이다.

수중보는 비단 한강의 문제만은 아니다.

은어 등 회유성 물고기들이 찾는 강원도 양양의 남대천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어도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탓이다.

요즘들어 한강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시민공원과 야외수영장이 곳곳에 들어서고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모래밭까지 생겼다.

오래전의 한강백사장을 밟는 느낌이다.

새롭게 단장된 생태공원이나 폭포,화훼단지 등은 보기만 해도 상쾌한 기분이다.

윈드서핑을 즐기고 유람선에서 라이브 음악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중보에는 물고기가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관찰데크도 만든다고 하니 재밋거리 하나가 더 보태질 모양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