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제가 배용준씨 역할이었어요"

탤런트 이종원이 '용사마' 배용준의 출세작인 KBS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배용준이 맡았던 석주 역 제의를 받았다가 배역이 바뀐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27일 SBS 아침드라마 '선택'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종원은 "원래 제의가 들어오기는 용준이가 연기한 석주로 들어왔었다"면서 "악역이 강한 인상을 남길수 있을 것같아 자청해서 캐스팅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1995년작인 '젊은이의 양지'에서 이종원은 여주인공 차희(하희라)를 배신하는주인공 인범으로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당시 데뷔한 지 얼마 안된 신인 탤런트 배용준은 인범의 출세를 후원해주는 서울대 동창생 석주 역을 맡아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배용준으로서는 이 드라마의 성공 이후 '첫사랑' '호텔리어' '파파' 등 인기 드라마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결국 '겨울연가'를 통해 일본열도를 뒤흔든 '용사마'로까지 발전했다.
'젊은이의 양지'가 '용사마'로서의 성장가도에 발판을 마련하게 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배용준은 당시 유행이던 터프 가이 역할을 원했다는 후문이다.

'젊은이의 양지' 연출자 전산 PD는 "'사랑의 인사'라는 드라마에 미소년으로 출연했던 배용준이 이미지 변신을 위해 깡패 역할을 하고 싶어했다"면서 "이종원을 석주로 캐스팅하고 배용준에게 깡패 역할을 맡기는 안을 고려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마지막 승부' 이후 스타로 떠오른 이종원을 대신할만한 주인공이없는데다 배용준에게는 역시 세련된 꽃미남 이미지가 어울린다고 판단한 제작진의결정으로 인범 역은 이종원, 석주 역은 배용준에게 돌아갔다.

이 캐스팅은 결국 성공해 이종원은 SBS '청춘의 덫'과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KBS '애정의 조건' 등에서 출세지향적이면서 냉철한 남자 이미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이종원이 석주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드라마 한 편이 연기자의이미지를 모두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는 다른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혹시 이종원이 '종사마'가 되어 있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