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8일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 필요하면 (재계의) 목소리도 키우고 반(反)기업 정서도 무찔러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협동중앙회 주최로 열린 '제18회 제주 하계포럼' 기조강연에서 "기업가 정신이 있지만 규제가 너무 복잡하고 뒷다리 잡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업을)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이 부총리가 최근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런 식으로 뒷다리를 잡아서 시장경제가 되겠느냐" "386세대가 정치만 하고 제 역할을 못한다"며 정치권을 향해 연일 직격탄을 날린 후 재계와 만나 한 얘기여서 관심을 끈다.

일부에서는 이 부총리가 현 정부 내에서 자기 색깔을 확실히 하고 있는 과정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반기업 정서는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해 풀어야 할 과제이며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도 (양측이) 노력해야 한다"며 "이런 것들이 내가 평소에 생각해 오던 것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에서 1차적 존재는 무엇보다 기업이며 정부는 조연일 뿐"이라며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이 목숨을 걸고 기업활동을 했던 것처럼 여기 계신 분들이 기업가 정신을 불태워야 한다"고 재계의 분발도 촉구했다.

이 부총리는 아울러 하반기 경제정책과 관련, "올해 55만∼57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47만∼50만개 정도밖에 안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우리 경제는 난국에 처해 있고 이를 초래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기업"이라며 "기업의 책임이 적지 않다면 이를 타파할 주체도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는 원인은 정치권이나 정부가 아닌 바로 기업의 노력과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기업인들의 자성을 당부했다.

'이제 다시 성장이다'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강 회장 등 기업 최고경영자(CEO) 임원 등 3백여명이 참석했으며, 31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열린다.

제주=박수진ㆍ장경영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