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수 감독의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세 자매와 한 남자의 연애담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도덕적 걸림돌'을 매끄럽게 처리하기 위해 감독은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공식적인 연애와 은밀한 연애를 연적들이 모르도록 진척시켜 서로간 감정의 충돌을 피하게 한다는 것.두번째는 당사자들로 하여금 죄책감과 욕망의 갈림길에서 이기적인 욕망을 선택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밑그림 위에 자매들끼리 주고받는 야한 농담을 얹어 여성의 성본능을 포착하는 한편 은밀한 외도로부터 얻는 쾌감이 공개된 연인관계에서 느끼는 사랑의 감정보다 강렬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감독의 의중은 연기의 앙상블,장르의 규칙 등과 맞물려 '사랑은 유희'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첫째 진영(추상미)과 둘째 선영(최지우),세째 미영(김효진)은 저마다 공개적으로 만나는 남자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남자를 동시에 갖고 있다.

특히 수현(이병헌)은 미영의 공식적인 남자이지만 진영과 선영에게는 은밀한 남자다.

그런데 공개된 남자와의 관계는 권태롭지만 은밀한 관계는 뜨겁다.

수현을 향한 미영의 열정은 두 사람의 관계가 공식화된 후 내리막길을 걷는다.

반면 미영의 전 남자친구는 수현과 반대 행로를 걷는다.

주인공들의 관심사는 지금보다 좀더 행복한 삶이다.

은밀한 사랑은 상대를 절대적으로 믿지 않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고 경쾌하며 발랄하다.

상실의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질투도 적다.

세 자매와 수현의 관계가 동일한 시공간에 놓이도록 한 연출은 기지가 넘친다.

세 자매의 어머니 생일파티 장면에서 카메라는 처음에는 미영과 수현의 구애 장면을 포착하지만 수현과 두 언니와의 비밀스런 로맨스가 진척된 뒤 파티 현장으로 되돌아가 동생 연인의 구애를 지켜보는 두 언니의 표정을 각각 잡아냈다.

이는 은밀한 연애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 사람의 사랑에 만족할 줄 모르는 현대인의 성풍속도가 상징적으로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은밀한 연애'에 수반되는 아픔을 포착하는 데는 실패했다.

동생의 남자에 대한 두 언니의 심리적 저항이 보다 치열했더라면,그러면서도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다면 사랑의 속성이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될 수 있었을 것이다.

30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